현금·카드 없이 선결제-후지불수익성 보다 '락인(lock-in) 효과' 기대'동일기능 동일규제'… 여전법 적용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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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연합뉴스
    최근 온라인 쇼핑 비중이 커지면서 BNPL(Buy Now Pay Later, 후불결제) 서비스가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금과 카드 없이 어디서든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거나 소액 신용대출 서비스가 필요한 MZ세대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빅테크사들이 후불결제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기존 신용판매업을 영위하던 카드사와의 결제시장 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BNPL 사용자수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5930만명으로 전망된다. 미국 BNPL 사용자의 수는 2018년 160만명에서 4년새 37배나 급증한 것이다.

    BNPL은 '선결제-후지불' 서비스로,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시 현금 없이 일단 구매하고 나중에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머신러닝,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할부서비스를 제공하며 가맹점은 BNPL 기업으로부터 판매대금을 선지급받고 고객은 해당 금액을 무이자로 일정 간격 나눠서 납부하게 된다.

    해외시장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는 이미 대중화된 영역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1조 달러(약 1186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후불결제 서비스에는 차이가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수익성 창출을 목표로 BNPL를 주력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는 수익성보다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MZ세대를 자사 플랫폼에 계속 머무르도록 하는 방안으로 후불결제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와 달리 국내시장에서 후불결제 한도액이 월 3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고 분할 납부 기능이 제한된 데 따른 것이다. 서비스 대상도 금융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 한도가 낮은 사회초년생들이나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주부 등이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 페이서비스를 통해 후불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페이는 30만원 한도 내에서 포인트를 소진한 후 결제금액 부족분에 대해서 후불결제가 제공된다. 카카오페이는 개인별 최대 월 15만원 한도 내에서 모바일 후불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결제·상환 이력을 추적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가 해당 결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기초적인 데이터가 축적돼 신용이 세밀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주요 빅테크사들이 후불결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드사와의 '동일기능 동일규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규제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가맹점 수수료와 함께 후불결제 규제 등을 두고 카드사와 빅테크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카드업권에서는 수수료 규제를 비롯한 여전법을 카드사에만 적용하면서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신용카드업 라이선스를 통해 카드사들이 영위했던 신용판매업을 빅테크의 후불결제 서비스가 합류하면서 여신 규제를 카드사만 받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빅테크사들은 여신 라이선스를 받아 현금결제서비스(단기카드대출)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리볼빙 등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카드사와 동일 규제를 논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는 금액이 소액인데다 분할 납부 기능이 없기 때문에 해외시장과 같은 큰 인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후불결제 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열려있는 만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