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방법 찾았다" "MBK 사이즈 이상" 자신일본 긴급 출장… 글로벌 펀드 등과 접촉소프트뱅크·한국투자증권 벌써 거론MBK, 현대차·LG·한화 물밑 접촉 맞불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반격 카드가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사모펀드 운용사와 손잡으며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최 회장 측에 강력한 ‘백기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경영권 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 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7일 일본을 방문해 글로벌 기업을 만나는 등 우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의 이번 출장길에는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 이력이 풍부한 이승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동행, 해외투자자 미팅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일본에서 만난 투자자 가운데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포함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백기사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초 소프트뱅크가 점찍은 스위스 에너지기업 에너지볼트에 투자,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소프트뱅크가 최 회장의 우군으로 나선다면 이번 판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고려아연 지분 0.8%를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이 최 회장의 유력한 백기사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복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와 대항공개매수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 중이란 보도가 나온 것으로, 경영권 분쟁 확전 기대감이 고조되며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비친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을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호 집단의 도움을 받아 대응안을 마련 중이란 점을 시사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조단위 ‘쩐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 공개매수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주당 66만원에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일 계획이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영풍과 MBK 측 지분은 최대 47.7%까지 늘어난다.

    현재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 회장 1.8%를 포함해 15.6% 수준이다. 현대차·LG·한화·트라피구라 등 우호 지분은 18%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로선 영풍 측(장씨 일가)과 최 회장 측 지분율은 각각 33~34%대로 비슷한 수준으로, 최 회장이 백기사를 추가 확보해 우호 지분을 늘리거나 대항공개매수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민연금(7.57%)과 자기주식(2.39%)을 제외한 유통주식은 21.34%다. 이 가운데 7%의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이 중 7%만 확보하더라도 ㈜영풍 지분(33.13%)에 더해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 승기를 잡을 것으로 판단, 최소 공개매수 지분율을 6.98%로 정했다.

    현대차·LG·한화 등이 최 회장 편에 선다고 가정하면 최 회장은 추가로 약 6%의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대항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적극적으로 지분확보 경쟁을 펴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LG, 한화 등을 접촉할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기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기업들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상대측이 공개매수 조건을 바꾸면 자금이 더 투입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