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자정’ 거리두기 완화 논의에 감염병 전문가들 반대입장 피력정점 지난다고 ‘확진자 감소’는 아냐… 갈 길 먼 K방역의 함점 확산세 꺾였던 일부 국가들 스텔스 오미크론 재확산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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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일일 확진자가 정점 예측치를 훌쩍 넘은 62만명대로 올랐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행 거리두기 체계에서 더 완화된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엔 확진자가 전체 인구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해야 감소세에 접어드는 역설적 진실이 내포됐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풀면 천장이 없는 확진자 증폭으로 이어지고 몇 주가 지나면 의료대응 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동시에 사망자 발생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는데도 의료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다. 

    17일 대다수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내일(18일) 거리두기 조정안으로 거론되는 ‘8명-자정’ 등 완화가 이뤄지면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 주를 국내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정점 이후 하향곡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완만하게 그려져 의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나 일부 유럽국가들이 오미크론 정점 이후 확산이 꺾인 이유는 누적 확진자 비율이 25~30% 정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는 15%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K방역의 역설로 표현되는 ‘자연면역 취약’은 이를 근거로 한다.

    결국 정점을 찍어도 확진자가 더 늘어야 감소세에 접어드는 상황이라 속도를 줄여 대응해야만 추가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급격한 확산을 방조하다간 위중증 환자 대응은 물론 코로나 외 일반환자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계절독감을 운운하면서 1급 감염병에서 해제하고 거리두기를 푼다고 얘기하는 것은 비이성적 판단이라고 본다”며 “현재 의료현장은 아비규환인데 오히려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점 이후 확산이 억제됐던 일부 국가들도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스텔스 오미크론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미 의료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모 대학병원의 경우는 직원 누적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의료진의 경우는 3일 격리 후 복귀하는 체제가 가동돼 그 희생을 기반으로 번아웃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은 헬기를 띄워 일단 큰불을 끄고 잔불을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정부는 다 타버릴 때까지 기다린 후 대응하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며 “급격한 확산은 의료 붕괴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점 이후 감소세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왜곡된 해석을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행 정점이 이번 주에서 다음 주 정도 사이에 다 지나갈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정점이 지나간다고 해서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2~3주 후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방역완화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행 정점에서 내려가는 순간이 언제가 될지 예측이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때까지 상당히 많은 숫자의 감염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규제요인이 불필요해지는 시기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