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폭 조정에도 전문가들은 우려… "독감과 다른 코로나19"오미크론 대응 수월하다던 정부, 갑자기 엄중한 자세로 돌변과학적 근거 전무한 방역 결정의 함정… 피해는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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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다음 주부터 사적모임 인원이 8명으로 늘어난다. 단,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밤 11시로 지금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정부의 예측과 다르게 확진자 폭증이 심각한 상태인데다가 감염병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대 입장으로 그나마 소폭 완화로 조정된 것이다. 

    이번 결정에 앞서 막판까지 영업시간이 쟁점이었다. ‘자정까지’ 또는 ‘전면 해제’하는 방안이 거론되다가 현행 방침을 유지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어 보여주기식 방역에 불과하다는 비판 여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사적모임 인원을 8명으로 확대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밤 11시로 유지하는 거리두기 조정안을 결정해 발표했다. 

    이날 이기일 중대본 제1 통제관은 “아직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확인되지 않았고 확진자가 계속 급증하는 상황에서 큰 폭의 완화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소폭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시에 전면적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정점 규모가 높아지거나, 감소 단계에 들어서도 재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입장은 불과 며칠 만에 완전히 바뀐 모양새다. 코로나19가 계절독감과 유사한 치명률을 갖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고 1급 감염병에서 해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젠 엄중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위중증 환자도 증가해 의료체계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국의 중환자병상 가동률은 66.5%, 지역적으로는 가동률이 90%에 이르러 포화상태인 곳도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전문가들 “정점 이후 완화”… 근거 없는 방역의 함정 

    영업시간 전면 해제까지 검토된 상황에서 현행 기준 유지가 이뤄졌지만, 사적모임 인원은 2명이 늘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폭이라도 완화를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번 거리두기 결정에 앞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소속 방역의료분과 위원들은 “정점이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약 2주 후 오미크론 정점이 확인된 후 거리두기 효과가 줄어드는 시점에 맞춰 완화를 결정하는 것이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를 억제하는 방법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은 방역 완화를 결정할 때가 아니며 특히나 계절독감을 코로나19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대국민 인식을 느슨하게 풀면 부작용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근거 없는 방역 결정의 피해는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이날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민생 경제를 운운하며 방역완화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며 “적어도 확진자 급증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와 영업손실 정도는 비교해 설명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인해 코로나19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연속적으로 방역 완화에만 함몰된 이유를 알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확진자 급증을 방조하는 형태의 조치를 두고 롱 코비드(코로나19를 앓고 난 후에 나타나는 후유증)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연속적으로 계절독감을 얘기하며 오미크론 대응이 수월하다는 분위기를 내비치고 방역 완화를 선택하자 일부 국민들은 ‘차라리 빨리 걸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 중심으로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체중감소, 식욕저하, 근육통, 관절통, 인지장애 등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며 “이는 절대 독감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지록위마’와 같이 코로나19를 독감으로 표현하는 ‘지코위독’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라며 “정부가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