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878억·영업손 122억 캐시카우 브랜드 부재… 브랜드 5개 전부올해 카파·까웨로 사업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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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패션기업 롯데지에프알(GFR)이 수백억원대의 적자 늪에 빠졌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대형 유통업계가 보유한 패션 전문 기업(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에프알의 지난해 매출은 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1%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122억원으로 전년(-61억원)보다 61억원이 확대됐다. 당기순손실 역시 170억원으로 전년(-95억원)보다 75억원 증가했다.
롯데지에프알의 실적은 패션업계가 지난해 보복소비가 폭발하면서 호실적을 거둔 것과 대조된다. 특히 경쟁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매출 1조4508억원, 영업이익 920억원, 한섬이 매출 1조3874억원, 영업이익 1522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롯데지에프알은 지난 2018년 6월 출범했다. 그간 신세계그룹(신세계인터내셔날)와 현대백화점그룹(한섬)에 비해 패션 사업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롯데백화점이 글로벌패션(GF) 사업부를 분사해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엔씨에프(NCF)와 통합했다. 당초 매출 목표는 2022년까지 1조원이었다.
기대와 달리 롯데지에프알은 출범 이후 부침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은 매출은 2018년 1442억원, 2019년 1518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2020년 881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2018년 -104억원, 2019년 -101억원에서 2020년 -61억원으로 적자가 계속됐다.
롯데지에프알은 지난 2019년 12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전 대표(현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지방시·셀린느·몽클레어등 굵직한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유치해 성공시킨 인물이다.
그는 취임 이후 신규 사업보다는 효율화를 위해 브랜드 정리를 반복했다. 헤르본·제라드다렐·아이그나 등 수익성이 부족한 10여 개를 접었지만 분위기 반전에 쉽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롯데지에프알의 부진에 대해 장기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캐시카우 브랜드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겐조·나이스클랍·까웨·카파(패션)·샬롯틸버릿(뷰티)이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해외 브랜드 유치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 하는 데다 브랜드 수도 적다보니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편 롯데지에프알은 올해 스포츠 브랜드 카파와 라이프스타일웨어 브랜드 까웨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10대가 찾는 브랜드라는 카파의 기존 이미지를 지우고 라이프스타일 라인을 강화, 까웨는 모델을 기용해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준비 중이다.
카파는 지난 22일 롯데월드몰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까웨 역시 이달부터 롯데백화점 주요점을 필두로 스타필드 하남점, 롯데 파주 아울렛 등에 입점했다. 회사 측은 2개 브랜드를 애슬레저 사업 부문으로 묶고 오는 2025년까지 2000억원 이상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롯데지에프알는 패션에 이어 화장품 사업도 진출했다. 지난해 영국 화장품 브랜드 샬롯틸버리의 국내 사업 독점권을 확보했다. 지난 2013년 케이트 모스·지젤 번처 등 유명 셀럽의 메이크업 담당인 샬롯틸버리가 만든 브랜드다.
지난해 말 면세점뿐 아니라 최근에는 신세계 뷰티 편집숍 시코르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회사 측은 고객 점접을 늘리기 위해 상반기 내 온라인 몰 입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