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엑시트3차 표대결 완패… "남을 명분 없다"호반건설, "경영 참여 아닌 단순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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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가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매각했다. 경영권 장악에는 실패했지만 KCGI는 4년 만에 두 배 가량의 수익을 챙겨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호반건설에 한진칼 지분을 일괄 매각한다고 밝혔다. 호반건설도 이날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를 5640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KCGI는 “한진그룹이 현재 장기 성장을 위한 도약대에 올라섰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장기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상황에 한진칼에 대한 투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여건이 성립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주주 명부 폐쇄일 기준 한진칼의 주요 주주 지분 ▲조원태 회장·특수관계인 18.87% ▲KCGI 17.41% ▲반도건설 17.02% ▲델타항공 13.21% ▲한국산업은행 10.58% 등이다.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1181만4917주를 매입해 지분율 17.35%로 조 회장 등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지난 18일 호반이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한 주식 5만2000주(0.08%)를 합하면 호반그룹의 총 지분율은 17.43%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KCGI는 두 배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KCGI는 2018년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는데, 1주 당 평균 매입 단가는 3만원 초반대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는 한진칼 주식 1162만여주 중 70% 이상을 2만원 중반에서 3만원 초반 수준의 단가로 매입했다. 평균 매입 단가는 3만1100원대에서 3만2400원 수준으로 추측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진칼 지분 투자에 따른 KCGI의 수익률은 84~93%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100%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KCGI는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막대한 수익을 챙기게 됐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3차 대결 완패한 KCGI, 한진칼 남을 명분 없어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KCGI는 2020년 3월 주총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을 대상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지난해 4월에는 3자 연합이 해체되면서 경영권 다툼을 이어갈 동력마저 상실했다. 

    여기에 주총 표 대결 캐스팅보트인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주로 참여하면서 경영권 무게추가 사실상 조 회장 측으로 기울자,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하기 어려워진 만큼 한진칼에 남아있을 명분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지난 23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도 KCGI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KCGI 산하 투자목적법인들의 펀드 만기가 줄줄이 도래한 점도 지분 매각 이유로 지목된다.  KCGI는 현재 8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한진칼 주식 1162만190주(17%)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엠마홀딩스, 디니즈홀딩스, 캐트홀딩스, 캐롤라인홀딩스, 헬레나홀딩스 등 펀드가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편 사실상 2대 주주로 올라선 호반건설은 향후 한진칼 경영 참여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대해 “항공업에 관심이 높아 2015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던 것에 이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춰 한진칼 지분에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지분 인수는 지배구조나 경영 참여와는 무관한 단순 투자로만 봐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