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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금융권 대비 업체수가 많은 보험업계는 이번주까지 주총을 이어가며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험사들 역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늘고 있다.대출에 대한 당국의 충당금 압박 및 내년 IFRS17(신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배당성향 축소·무배당 결의도 줄을 잇고 있다.
CEO들은 연임과 퇴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올해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특정 성(性)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따라 보험사들도 기존 여성 사외이사 연임과 신규 발탁을 이어갔다.
삼성생명은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허 교수는 소비자정책교육학회장, 소비문화학회장, 금융감독원 은행증권 분쟁조정위원을 거쳤다.
삼성화재는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박 교수는 현대해상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고,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을 맡은바 있다.
한화손보는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발탁했다. 김 교수는 외교통상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인천대 법학부 교수를 거쳤다.
현대해상과 DB손보는 기존 여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현대해상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예비판사에 이어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한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를 재선임했다.
DB손보는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 교수의 재선임 안을 통과시켰다. 문 교수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을 지냈다.
◆ 한화생명 상장 이래 첫 무배당
이익배당 결의도 진행됐지만 주주들에게 두둑한 배당을 챙겨주진 못한 모습이다.
삼성화재 배당성향은 45.4%로 전년보다 4.2%p 줄였다.
메리츠화재는 24.8%p 내린 10.1%로 결정했다. 보험사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낮추는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실제 주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기조를 바꾼바 있다"며 "주가를 올려 실질적으로 주주들에게 더 큰이익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조원 이상 순익에도 배당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0년 3월 상장 이후 최초다.
이는 자본확충의 또다른 방법으로 여겨진다. 이익잉여금 항목에 포함돼 자본에 영향을 주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자본감소를 막은 것이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184.6%로 전년대비 53.7%p나 떨어졌다. 주요 생보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험부채 평가방식이 시가로 변경되는 IFRS17 도입시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150% 이상)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이뤄졌으나, 내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유보금을 쌓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최근 늘어난 대출로 충당금 확보가 필요한 점도 부담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몽윤 회장 3년 더… 미래에셋, 각자대표 체제로
CEO 선임 및 연임 안건도 다뤄졌다.
현대해상은 정몽윤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추가 임기는 3년이다.
ABL생명은 오는 31일 주총을 열고 시예저치앙 대표의 연임 승인 안건을 상정한다. 그의 임기는 1년이다. 지난 2019년 3월 선임된 시예저치앙 대표의 유임이 결정되면 3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손보 등은 변화를 꾀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김재식 관리총괄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2017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미래에셋생명 대표를 지낸 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를 거쳤다. 이에 미래에셋생명은 김 관리총괄 대표와 기존 변재상 영업총괄대표, 이렇게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관리총괄 대표는 자산관리와 조직관리 등을 책임진다.
흥국생명·화재는 신임 대표에 임형준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임규준 전 금융위 대변인을 각각 선임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최근까지 관(官) 근무 경력을 보유, 새정부 출범과 함게 대외 소통 채널을 넓히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