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상위 10개사 사업보고서 분석해보니DL이앤씨, 차입금-부채, 전년比 최대폭 감소분할과정서 부채 줄어…"우수한 안정성 유지 전망"SK에코, 공격적 사업 다각화로 채무 부담 과중신사업 지속…"재무부담 통제 여부 모니터링 필요"
  • ▲ DL이앤씨 사옥 D타워 돈의문. ⓒDL이앤씨
    ▲ DL이앤씨 사옥 D타워 돈의문. ⓒDL이앤씨
    지난달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의 '치나칼레 대교'를 준공한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의 희비가 엇갈렸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최근 인적분할된 DL이앤씨의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진행중인 SK에코플랜트는 채무 부담이 가중됐다.

    5일 10대 건설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DL이앤씨가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했다.

    DL이앤씨의 지난해 차입금 규모는 8103억원. 전년 2조433억원에 비해 60.3% 줄어들었다. 직전 5년 평균 차입금 규모가 1조9927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큰폭으로 줄었다.

    빅10중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두번째로 차입금 감소폭이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같은 기간 1187억원에서 150억원으로 87.3% 급감했다.

    차입금의존도 부문에서는 DL이앤씨가 10개사중 가장 많이 개선됐다. 차입금의존도는 18.0%로, 전년 63.6%에 비해 45.6%p 줄어들었다. 10개사 평균 증감폭은 -1.80%p다.

    DL이앤씨는 부채 규모도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부채 규모는 4조2045억원으로, 전년 10조6905억원에 비해 60.6% 줄어들었다. 6조5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덜어낸 셈이다. 부채비율은 332%에서 93.4%로 239%p 급감했다.

    10개사 평균 부채 증감 수준이 -1.81%, 부채비율 증감 정도가 -9.52%p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 수준의 개선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차입금 및 부채 규모의 감소로 이자비용 역시 10개사 중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DL이앤씨의 이자비용은 361억원으로, 전년 693억원에 비해 47.8% 줄어들었다. 이 기간 10개사 평균 16.9% 감소 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재무건전성 개선뿐만 아니라 유동비율 개선과 현금성 자산 규모 확충도 이어지면서 안정성 측면에서도 가장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동비율(170%)은 현대엔지니어링 203%, 현대건설 190%, 롯데건설 177% 등에 비해 낮은 편이었으나, 전년대비 증가 폭은 59.2%p로 가장 많이 개선됐다. 10개사 평균 변동률은 8.83%p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1조1347억원에서 2조447억원으로 80.1% 늘어나면서 10개사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10개사 평균 변동률은 5.07%에 불과하다.

    DL이앤씨는 DL(옛 대림산업)의 건설사업 부문이 지난해 1월1일자로 인적분할된 설립된 회사다.

    분할 전 DL도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현금흐름에 힘입어 2018~2020년 연평균 8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등 견조한 현금흐름이 유지됐다. 분할 후에도 영업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창출되면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분할-신설 과정에서 분할 전 DL의 건설사업 관련 자산과 부채를 대부분 승계함에 따라 차입 규모를 초과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보유 용지, 유형 자산, 투자 부동산 등 자산가치에 기반한 대체자금조달능력을 고려할 때 영업실적의 변동에 대응이 가능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DL이 보유한 여천NCC 및 폴리미래의 지분을 DL케미칼이 보유하게 되면서 분할 전과 같이 석유화학 등의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배당금 수령은 불가능하게 됐다. 2016~2020년 평균 배당금은 연평균 274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석유화학 부문 시설 투자 및 신규 회사 지분투자 부담이 완화된 점은 자금 창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향후 디벨로퍼 중심의 사업 모델을 적극 추진할 계획임에 따라 관련한 지분투자 등의 자금 소요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지만, 분할로 인해 이전보다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투자 부담이 해소된 가운데 주택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따른 대금 유입, 보유 유동성 등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차입금을 크게 상회하는 현금성 자산 및 분양 실적이 양호한 주택 현장에서의 공사대금 수령으로 낮은 수준의 차입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해외 플랜트 공사의 손실 위험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가운데 풍부한 자본 완충력과 주택 부문에서의 창출 가능한 이익 규모 등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반면 10대 건설사 가운데 재무건전성이 가장 낮은 곳은 SK에코플랜트로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의 차입 규모는 모두 2조7749억원으로 10개사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전년 1조6708억원에 비해 66.0% 증가하면서 변동률에서도 가장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사 평균 변동률은 -1.45%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66.0%에서 186%로 급증하면서 10개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개사 평균 변동률은 -1.80%p다.

    부채 규모도 5조171억원에서 6조2665억원으로 24.9% 증가하면서 10개사 중 가장 큰 폭의 변동률을 보였다. 10개사의 부채 규모는 평균 1.81% 줄어들었다.

    차입금을 비롯한 부채 증가로 이자비용 역시 485억원에서 849억원으로 74.8% 뛰었다. 1년새 이자비용만 363억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10개사 평균 이자비용 변동률은 -16.9%다.

    SK에코플랜트 자체로도 직전 5년 평균보다 차입 규모(9572억원)가 두 배 이상 뛰었으며 차입금의존도(75.6%) 역시 크게 증가했다. 부채 규모도 5년 평균 3조9484억원에 비해 1.5배 이상 불어났고 이자비용도 5년 평균 635억원에 비해 부담이 가중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이후 계열공사에서 운전자본부담이 가중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차입 규모가 단기간 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0년 하반기에 폐기물 및 수처리 사업을 영위하는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인수로 8000억원을 상회하는 자금을 투입했으며 2021년 들어서도 일반 및 의료폐기물 소각업을 영위하는 6개사에 대해 총 4175억원 안팎의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가운데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블룸에너지 지분인수 대금으로 3035억원이 소요됐고, 해상풍력 구조물 공사 등을 수행하는 삼강엠앤티에 대한 3426억원의 지분매입이 예정돼 있어 자금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자금 지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2023년까지 기투자분을 포함 총 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실행할 계획인 점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공격적인 투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그에 따른 부담 역시 지속할 전망이다.

    홍석준 실장은 "지속적인 투자 과정에서 늘어나는 차입 규모가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분할합병 자회사의 지분 매각, 2023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IPO를 통한 자본조달 등을 통해 재무구조 저하 수준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피인수 기업에서의 향후 사업성과와 더불어 현금창출력 역시 체크포인트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투자사업에서의 사업 성과 및 현금창출력 등이 재무 부담 완화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사업 및 재무 성과가 유의적이지 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향후 사업 진행 경과, 현금흐름 등 재무실적 추이 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터키 '치나칼레 대교'를 준공했다. 해당 교량은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질러 유럽 대륙(겔리볼루)과 아시아 대륙(차나칼레주 랍세키)을 잇는다. 총 길이는 3563m로, 주탑과 주탑 거리인 주경간장이 현수교 중 세계에서 가장 긴 2023m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