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30%대 '파격인상' 눈길ASM도 10%대 인상... 장비업계 처우개선 확산삼성·SK에 어깨 나란히 DB하이텍... 초임 14.3% 올려인재 흡수하는 삼성-SK... 올해 인상률 결정 놓고 '장고'
  •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업계가 인재 확보를 위해 성과급 경쟁에 이어 연봉 인상 등 처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장비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 SK 등이 인재 흡수에 나서면서 더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장비사들도 처우 개선 행렬에 동참하며 인재 잡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연봉협상을 통해 30%대 인상률을 확정했다. 사원이나 주임급은 32%대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대리급은 26.7% 연봉이 오른다. 과장급 진급자의 경우 고과에 따라 최대 60% 연봉 인상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외국계 장비업체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증착장비 전문업체 ASM도 최근 직원 연봉을 직급과 고과에 따라 11~16%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파운드리사인 DB하이텍도 최대 14.29%의 연봉 인상을 결정했다. 인상 후 DB하이텍의 초임 연봉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4800만 원 수준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외에도 반도체와 장비업계에는 인상률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예년 대비 연봉 인상률이 대폭 상승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반도체업계 연봉 인상 바람이 장비업계에까지 이어진데는 그만큼 반도체업계 인재 쟁탈전이 극심해졌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업계 티어1(Tier1)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전방위적으로 인재 흡수에 나서면서 이제는 경쟁사의 인력을 유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인재를 모으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삼성이나 SK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 중소기업에 해당돼 직원들의 연봉이나 복지 등의 처우에서 아무래도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장비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들이 최근 삼성과 SK에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서는 데 적극 지원하면서 인력 공백 현상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올 들어서는 이 같이 인력 유출로 몸살을 앓던 장비업체들도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임금 인상과 복지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직원 잡기에 나섰다. 반도체 시장 호황이 이어지며 장비업계도 일손이 딸리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이상 인력 공백이 이어지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와 디스플레이업계 등에도 반도체업계발(發) 인력 유출이 점차 심각해져 본격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연봉 인상 대열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가전이나 휴대폰 등 이른바 세트(set) 사업 분야 종사자들도 반도체업계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실제로 이직을 한 사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종사자들도 반도체와 비슷한 생산 공정 베이스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분야로 이직 후 적응이 빠르고 합격률도 높다고 알려져 반도체 분야로 전향하는 경우가 다수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임금 인상 바람을 불러 일으킨 삼성과 SK는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가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예년이면 이미 지난달 마무리됐을 협상이 올해는 달을 넘겨서까지 이어지고 있고 노사가 좀처럼 협의에 이를 기미를 나타내지 않아 우려가 나온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임금협상에선 노조 측이 제시한 인상안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사측이 아예 협상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SK하이닉스는 통상 삼성전자가 올해 인상률을 확정지은 이후 노사 협의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동종업계인 삼성의 인상률이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는 점에서 반도체업계의 눈과 귀가 삼성전자 임금 협상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