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미만 정기예금 2년 새 45조원 ↑저원가 예금 대량이탈, 조달비용 '눈덩이'인뱅 몰리는 자금… 유동성 위험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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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도 연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은행들의 원화유동성 위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기가 정해진 정기예금 비중은 낮아진 대신 언제라도 인출가능한 요구불예금과 기업자유예금 비중은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들어서는 은행권 예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저원가성 예금의 대량 이탈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 이에 따른 정부의 유동성 관련 규제 강화까지 예상되면서 은행의 유동성 위기 대응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년 이상 장기 정기예금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9%에서 작년 말 기준 5.6%로 쪼그라들었다. 은행들은 유동성 위험 노출시 대비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은행 간 수익경쟁 심화로 정기예금 만기도 1년 이하 단기 예금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은행권의 1년 미만 단기 정기예금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1%에서 작년말 기준 37%로 증가했다. 최근 2년만 놓고 보더라도 잔존만기 6개월 만기 미만 예금은 45조원 늘어난 반면 1년 이상 예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로 유인됐던 부동자금(저원가성예금)이 작년 말부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1년 이하 단기 위주의 정기예금은 은행의 유동성위험 노출시 대비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은행의 유동성 위험 증가 요인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플랫폼회사 육성도 꼽힌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신설 이후 지방은행 등 중소형은행의 예금 점유율이 하락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사의 지급결제시장 점유율이 확대된 점도 국내은행의 유동성 약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할 경우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데 이 경우 은행채 스프레드(금리 차이) 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매도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국채 금리 상승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올해 2월까지 국내채권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3월 5조8000억원을, 4월에도(7일 기준) 벌써 6조원이나 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금융자산에 대한 일시적 대량 매도는 외화 유동성 위험증가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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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은행들이 금리인상 과정에서 저원가성 예금이탈 현상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금융의 디지털화로 자금 이동이 더욱 빨라져 지급결제 성격의 저원가성 예금은 부동화되는 반면 투자자들은 과거보다 더 현명해졌다”며 “은행들이 금리 유인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저원가성 예금은 대량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위험이 증가하고 정부 규제가 강화한다면 은행의 조달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시장의 기대화 달리 은행 순이자마진도 올해 2분기 이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