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 교수, MZ세대 여성근로자 특히 취약 정책적 지원과 직장 문화 개선 등 사회적 노력 필요
  • ▲ 한규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대안암병원
    ▲ 한규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대안암병원
    여성 근로자들이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을 느낄수록 우울 증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규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시행한 여성가족패널조사(KLoWF)를 이용해 19세 이상의 여성 근로자(자영업자 및 무급 가족 근로자 포함) 4714명을 대상으로 평상시 느끼는 일-가정 갈등과 우울증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여성 근로자들이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들을(예: 아내/어머니/딸인 동시에 팀장) 동시에 수행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의 수준을 7문항의 설문지로 평가했다. 

    전체 표본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점수를 보인 경우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이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한편 우울증상의 경우 역학 연구에서 널리 쓰이는 9문항의 한국판 PHQ-9 설문지를 이용했다.

    연구 결과,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을 느끼는 여성 근로자는 낮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을 느끼는 근로자에 비해 우울증상을 경험할 위험성이 2.29배 높았다. 

    또한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과 우울증상 간의 상관관계는 20~30대의 젊은 여성,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 소득이 높은 여성, 1명의 자녀가 있는 여성,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50대 및 60대 여성 근로자에서는 일-가정 갈등이 각각 2.32배, 1.87배 우울증상의 위험을 높인 반면, 20~30대 여성 근로자에서는 3.78배로 높은 위험도를 나타냈다. 

    이는 여성 근로자들 중에서도 일-가정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상의 발생 위험으로부터 더욱 취약함을 보이는 계층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다.

    한규만 교수는 “20~30대의 젊은 여성 근로자들은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가정과 직장에서의 역할 갈등을 다루는데 필요한 노하우나 스킬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린 자녀를 둔 여성 근로자에서는 일-가정 갈등이 매우 실질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MZ세대로 대변되는 20~30대의 여성 근로자들은 이중의 스트레스를 겪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이 높은 여성 근로자에서 일-가정 갈등에 따른 우울증상의 위험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이 높은 여성 근로자들은 직장 내에서도 관리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직무에 대한 책임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가사 부담에도 불구하고 직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한 교수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공존을 도울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와 같은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하며, 이러한 제도들을 원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가정 친화적 직장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일-가정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상은 직장 업무의 동기부여나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정에서는 정서적으로 소진되고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우울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SSCI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