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 교수, MZ세대 여성근로자 특히 취약 정책적 지원과 직장 문화 개선 등 사회적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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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근로자들이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을 느낄수록 우울 증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한규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시행한 여성가족패널조사(KLoWF)를 이용해 19세 이상의 여성 근로자(자영업자 및 무급 가족 근로자 포함) 4714명을 대상으로 평상시 느끼는 일-가정 갈등과 우울증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연구팀은 여성 근로자들이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들을(예: 아내/어머니/딸인 동시에 팀장) 동시에 수행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의 수준을 7문항의 설문지로 평가했다.전체 표본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점수를 보인 경우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이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한편 우울증상의 경우 역학 연구에서 널리 쓰이는 9문항의 한국판 PHQ-9 설문지를 이용했다.연구 결과,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을 느끼는 여성 근로자는 낮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을 느끼는 근로자에 비해 우울증상을 경험할 위험성이 2.29배 높았다.또한 높은 수준의 일-가정 갈등과 우울증상 간의 상관관계는 20~30대의 젊은 여성,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 소득이 높은 여성, 1명의 자녀가 있는 여성,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특히 50대 및 60대 여성 근로자에서는 일-가정 갈등이 각각 2.32배, 1.87배 우울증상의 위험을 높인 반면, 20~30대 여성 근로자에서는 3.78배로 높은 위험도를 나타냈다.이는 여성 근로자들 중에서도 일-가정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상의 발생 위험으로부터 더욱 취약함을 보이는 계층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다.한규만 교수는 “20~30대의 젊은 여성 근로자들은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가정과 직장에서의 역할 갈등을 다루는데 필요한 노하우나 스킬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이어 “어린 자녀를 둔 여성 근로자에서는 일-가정 갈등이 매우 실질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MZ세대로 대변되는 20~30대의 여성 근로자들은 이중의 스트레스를 겪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연구팀에 따르면,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이 높은 여성 근로자에서 일-가정 갈등에 따른 우울증상의 위험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이 높은 여성 근로자들은 직장 내에서도 관리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이 경우 직무에 대한 책임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가사 부담에도 불구하고 직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한 교수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공존을 도울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와 같은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하며, 이러한 제도들을 원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가정 친화적 직장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특히 “일-가정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상은 직장 업무의 동기부여나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정에서는 정서적으로 소진되고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우울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ᅠ한편, 이번 연구는 SSCI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