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폰' 시장 성장... 애플 이어 삼성도 판 키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정체를 고민하는 가운데 리퍼폰(refurbished phone)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엔 리퍼폰 시장이 전년 대비 15% 성장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리퍼폰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애플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삼성도 리퍼폰 사용이 대중화된 미국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ESG 경영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으론 리퍼폰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리퍼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리퍼폰은 고장이 났거나 흠이 생겨 소비자가 반품한 스마트폰을 고치고 손질해 정가 대비 싸게 판매하는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정기간 사용한 스마트폰을 되파는 중고폰(used phone)과는 다르다. 리퍼폰은 겉모양은 새 것과 다름 없지만 내부엔 중고 부품이 일부 사용된다.

국내에선 이 같은 리퍼폰 시장이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만 해도 리퍼폰 시장은 꽤나 성숙해있다. 애플이 자사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고장이 난 폰을 수리해주는 대신 중고 부품 등으로 내부 수리를 마친 리퍼폰을 제공하는 사후관리(AS) 정책을 쓰며 이 같은 리퍼폰 시장이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리퍼폰 시장은 인도나 남미, 중국과 같은 성장시장에서 특히 더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새롭게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점차 높아지면서 애플과 삼성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리퍼폰을 대안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리퍼폰 시장은 25%, 남미 시장에서는 28%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리퍼폰이 애플에서 처음 시작된 탓에 글로벌 리퍼폰 시장의 대부분은 애플의 아이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다. 애플은 리퍼폰 시장에서도 점유율 40%로 1위 자리를 점하고 있다. 2위는 삼성이지만 점유율이 애플의 절반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져있다.

하지만 2위 삼성이 1위 애플과의 격차를 꽤나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퍼폰 시장엔 애플이 압도적으로 먼저 뛰어들었지만 삼성의 스마트폰 브랜드 파워가 세지면서 그만큼 수요도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미국에서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리퍼폰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인증하는 리퍼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통상 리퍼폰은 이를 전담하는 업체를 통해 유통되지만 삼성이 직접 자사 리퍼폰을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진행하면서 리퍼폰에 대해서도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을 시작으로 삼성이 앞으로 리퍼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인도와 남미 등 기존 중저가폰 중심이었던 시장에서 삼성 리퍼폰이 각광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 해당 시장에서 리퍼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 구상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이미 미국은 물론이고 EU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리퍼폰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리퍼폰이 전자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 순환율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리퍼폰 시장과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에서도 리퍼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 자체가 최근 경영계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