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가시화되며 저녁마다 회식자리 부쩍 늘어K-회식 필수품 된 소맥, 맥주-소주 9개 조합 비교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이색 조합도 호평
  • ▲ ⓒ뉴데일리경제 황유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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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접' 보고 사는 것들이 줄었다. 소파에서 리모콘 버튼 하나로 홈쇼핑 주문이 가능하고, 침대에 누워 검지손가락만 움직이면 음식도, 전자제품도, 옷도 집앞으로 배달된다. 편해진 세상이라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물건이 배달오고, 상상한 그 맛이 아닐 때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에 뉴데일리경제 유통부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시식, 체험해보는 기획 '대까기(대신 까주는 기자들)'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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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종료로 인해 밀렸던 회식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보복회식’이 시작됐다. 회사원들이 많은 지역의 식당은 저녁 무렵이면 건배사가 들려오는 풍경이 약 3년만에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K-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청춘에게 ‘보복회식’은 난관이 적지 않다. 회식에 마땅히 갖춰야 할 소양은 무궁무진하지만 아마도 첫 고민은 주종(酒種)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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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은 어떤 걸로 드릴까요?”

    소주와 맥주를 주문하고 나면 흔히 받는 질문이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한번쯤은 이 질문에 눈동자가 떨린 경험이 있다. 상사가 어떤 술을 즐기는지, 어떤 조합을 해야 할지 고민이 이어지는 거다. 물론 소맥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특정 조합에 대한 선호는 존재한다. 그래서 더욱 어렵다.

    과연 최고의 조합은 존재할까. 그것은 정말 인지 가능한 차이일까. 몸의 15% 쯤은 술로 이뤄졌다고 자부하는 유통부 기자들이 모여 소주와 맥주 최적의 조합을 찾아봤다. 술은 카스 프레시, 테라,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의 맥주 3종에 참이슬, 진로, 처음처럼의 소주 3종으로 각 9개의 조합을 블라인드 테스트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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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지 않은 시음이었다. 내리 9잔의 소맥잔이 눈앞에 놓이면서 군침보다 식은땀부터 흘렀다. 일부는 시음을 진행하면서 동료의 이름을 잘못 불렀고 일부는 안주를 품평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맥주와 소주의 조합에 대한 형편없는 정답률은 그간 마셔온 술에 대한 미안함마저 들게 했다.

    맥주라도 맞추면 다행인데 그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재미있던 것은 흔히 이뤄지는 조합에 대한 선호도 역시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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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으로 ‘테슬라’라고 별칭 까지 붙은 테라-참이슬 조합에 대한 평점은 별 2개에서 5개까지 천차만별이다. 의외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에 대한 적중률은 높은 편이다. 맥아 향이 강한 클라우드 특유의 개성 때문이다. 다만 ‘구름처럼’으로 통하는 클라우드-처음처럼 조합에 대한 평가도 별 3개에서 5개까지 들쑥날쑥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카스-진로의 조합도 정답에 이른 경우는 거의 없었다. 평가도 2개에서 4개로 다른 소맥과 큰 차이점을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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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익숙하지 않은 이색 소맥 조합의 평점이 높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테라와 처음처럼의 조합은 경쟁사끼리 섞이는 탓에 식품업계에서는 기피되는 조합이지만 의외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 같은 이유로 기피되는 조합 클라우드-참이슬, 클라우드-진로의 소맥도 호평을 받았다.

    물론 비전문가로 진행된 이번 시음의 정확성에 대한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시음이 진행되면 될수록 평점이 후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소맥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맛으로 제품을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요컨대 맛을 좌우하는 것이 맥주와 소주 제품의 차이라고 하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오히려 맛을 좌우하는 변수는 소주와 맥주의 비율이었다. 

    같은 이유로 ‘보복회식’에 주문할 술 브랜드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맥주에 소주가 들어가는 순간 브랜드의 구분은 모두가 무의미해진다. 사회 초년생은 회식에서 주문할 술을 고민할 시간에 소주와 맥주를 섞는 비율을 연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