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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바뀌는 세무조사 트렌드…'정치적 중립' 어디에?

국세청, 2017년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 있었다" 사과 기획 세무조사 시행하며 정권 슬로건 전면 내세워 "기획 세무조사 발표, 시장경제 왜곡·납세자 권익 훼손"

입력 2022-05-19 13:40 | 수정 2022-05-19 14:30

▲ 2017년 11월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이 과거 5건의 정치 세무조사가 있었다며 사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7년 11월.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은 과거 5건의 정치적 세무조사가 있었다고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정치적 세무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때마다 등장하는 기획 세무조사를 보면 '정치 세무조사'를 사과했던 국세청의 모습에 의심이 가는게 사실이다. 

이런 논란이 일어난 것은 부동산 시장가격 안정화를 위해 국세청이 세무조사 수단을 과용한 것도 모자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인 지난 3일 국세청이 윤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공정과 상식'을 보도자료에 넣으며 빠르게 태세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부처가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변칙적인 탈세에 대해 바로 잡겠다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정치로부터 가장 자유로우면서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세무조사가 해당 정권의 정책수단으로 쓰이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지하경제 양성화, 공정, 상식…정권교체기마다 

▲ 지난 2013년 당시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하경제 양성화 세무조사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국정과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135조원이 소요되는 대선공약을 내걸었고 재원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2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의 선봉장이었고 박 전 대통령 취임후인 2013년 2월27일 '국세청 지하경제 양성화 첫 시동'이라는 제목으로 가짜석유 불법유통혐의자 6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브리핑했다. 

이후 국무총리실에서 '비정상 및 부조리 근절' 국정과제를 추진하자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정상 탈세행위를 같이 묶어 기획 세무조사를 진행, 박 전 대통령 임기 동안 10건 가량의 세무조사 브리핑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노골적으로 세무조사를 정책수단으로 활용했다. 문 전 대통령이 취임후인 2017년 8월9일 부동산거래 관련 탈세자 286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브리핑을 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6차례 부동산거래 관련 탈세자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2021년부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사건이 터지자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와 관련해 3차례의 기획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국세청을 향해 "그동안 뭐하고 있다가 이제와 부동산 세무조사를 하느냐"고 지적했지만 브리핑을 진행했던 A국장은 "지금 특별히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국세청이 늘 해왔던 것인데 브리핑을 하는 것 뿐"이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부에 맞춰 기획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며 "직원 입장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닌, 원래하던 일인데 특별한 일을 하는 것처럼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일인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치킨값·마스크 매점매석, 세무조사로 잡겠다? 

▲ 지난 2020년 3월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와 관련,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는 당시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現 국세청 차장) ⓒ연합뉴스

세무조사는 기업과 국민 입장에서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다. 세금신고를 잘했다면 무서울 것이 없겠지만, 세무문제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수 틀리면 세금폭탄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잘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치킨값 사건이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제너시스BBQ가 치킨값을 10% 인상하겠다고 하자, 농식품부에서 치킨값을 올리는 프랜차이즈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는 국세청과 사전에 협의된 것이 아니었다. 국세청도 언론의 질의가 쏟아지자 "세무조사는 세금탈루 혐의가 있을 때만 한다. 치킨값을 인상했다고 해서 어떻게 세무조사를 하느냐"라며 농식품부의 무지(?)를 지적했다. 

하지만 3년 뒤 코로나19가 창궐하며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국세청은 2020년 3월3일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 수출 브로커 등 52개 업체에 세무조사 착수'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을 했다. 

국민 입장에서는 치킨값 올리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과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세무조사 대상이 됐을 경우 세금탈루 혐의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계기도 됐다. 

국세청의 이런 행태가 세법상 규정된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라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획 세무조사를 한다고 국민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며 "세무조사는 탈세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세무행정상 세금부과의 타당성을 위해 하는 것인데, 혐의가 없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고 납세자 권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국가가 세금으로 국가정책을 해보겠다며 특정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효과도 없다"며 "세금은 국가재정에 필요한 돈을 부과징수하는 것인데, 기획 세무조사를 말하는 것은 성실납세자에게도 장애요인을 일으킨다. 국세청은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제일 좋다"고 강조했다. 
이희정 기자 hjle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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