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개인지분 4.44%에 불과… 지배력 확보 관건한화에너지, 넉넉한 실탄에 배당금 높아지분 직접 매입 및 상속 재원 마련 활용할 듯
  • ▲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한화
    ▲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한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국내외 행사 전면에 나서며 차기 후계자로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다만 그룹의 실질 지배력과 직결되는 지주사 ㈜한화의 지분율은 아직 미미해 추후 어떤 방식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그룹 내 존재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올해 초 ㈜한화의 등기임원으로 합류한 김 사장은 최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다보스 포럼의 특사단에도 포함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면에 나서는 역할인 데다 친환경 에너지·우주 등 미래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어 후계자로서 입지를 공식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사장의 경영 행보는 빨라지고 있지만 물리적 지배력과 직결되는 지분 확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한화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1분기 말 기준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22.65%(보통주 기준)를 보유,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날 종가 2만8550원 기준 484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김동관 사장은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 9.7%, 개인적으로 4.44%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이 단순 김승연의 회장 지분을 증여받는 경우엔 막대한 규모의 증여‧상속세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한화가 한화에너지를 활용해 김동관 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오너 3세들이 지분 100%를 가진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였다. 지난해 10월 모회사를 역흡수합병하면서 오너 3세들이 직접 지배력을 행사하게됐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지분 50%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25%씩을 갖고 있다.

    우선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사들여 김 사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 한화에너지는 앞서 지난해 모회사 에이치솔루션과 합병된 후 지속적으로 ㈜한화 지분을 매집해왔다. 지난해 8월 23일부터 10월 28일까지 44거래일 가운데 41거래일간 매수한 한화 주식만 727만2546주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약 280억원 규모다. 

    한화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수소 등 자체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한화임팩트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은 넉넉하다는 평가다. 1분기 말 한화에너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5727억원에 달한다. 

    한화에너지의 높은 배당도 상속세 마련에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4월(전년 결산배당)과 11월(중간배당) 2차례 배당을 실시했다. 한화에너지의 결산배당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중간배당을 재개한 것도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김동관 사장이 수취한 금액은 1495억원에 달한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2분기 적자 가운데서도 중간배당을 실시한 점을 보면 당분간 배당규모는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제고, ㈜한화와 합병하는 경우도 김 사장의 지분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김동관→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를 벗어나 지배구조를 간결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는 ㈜한화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제고가 필수적이다. 1분기 말 기준 한화에너지의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9225억원, 725억원이고 ㈜한화의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13조1480만원, 4664억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매입하면 김동관 사장은 간접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어차피 김승연 회장이 가진 지분도 시점의 문제지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매입할 이유는 당장은 배당을 위한 수익 마련, 향후에는 ㈜한화와의 합병에서 유리한 비율을 도출하기 위한 기업가치 제고로 어느 쪽이든 그 정점에는 김동관 사장을 위함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