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MS 등 글로벌 IT 기업 원격근무 도입카카오 도입 근무제, 원격근무 틀은 같지만 자율성 떨어져'음성채널' 상시 접속 및 30분 이상 자리 비울 경우 휴가 사용 규정 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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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가 구글·애플·MS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가운데, 과도한 감시로 인한 자율성 부재가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7월부터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한다. 메타버스 근무제란 근무 장소에 상관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동료와 항상 연결돼 온라인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해 나가는 근무 방식이다.

    메타버스 근무제를 통해 카카오 직원들은 주 4일 원격근무를 하고 하루는 오프라인에서 팀원들과 장소의 제약 없이 모여 대면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미 운영 중인 원격근무와 큰 틀에서 유사하다. 구글의 경우 이미 지난 4월부터 주 3회 사무실에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이 있다면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애플은 주 2일 출근의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목요일에 출근하는 주 3일 출근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하이브리드 근무제의 확대 적용을 원하는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지난 2월 사무실을 완전 개방한 MS는 대부분의 직원이 최대 50%의 시간을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채택한 바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카카오의 원격근무 방식은 사무실 출근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있는 만큼, 원격근무의 최종적인 형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세부적인 운영 방안을 살펴보면 직원들을 감시하는 요소가 다소 포함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카카오 직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일하는 시간 내내 음성채널에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항목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메타버스 근무제를 통해 일하는 동안에는 음성채팅 프로그램인 ‘디스코드’에 실시간으로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실시간 채팅을 위해 회사가 나눠주는 골전도이어폰을 착용한 상태로 일해야 하며, 집중근로 시간인 오후 1시~5시 사이에 30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 휴가를 써야 하는 등 기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항목이 다수 존재한다.

    지난 2년간 원격근무를 통해 큰 문제 없이 업무를 소화해 왔음에도 직원들을 믿지 못해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카카오 측은 “항상 스피커나 골전도 이어폰을 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막 새 근무제를 발표한 만큼, 도입 시점 전까지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이 같은 직원 감시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직원들이 업무 성과를 토대로 회사의 평가를 받는 만큼, 업무 과정까지 감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무 방식이 출근제에서 원격근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만큼, 마찰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위한 과도한 감시보다는 원격근무의 본질인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