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일 항로 담합 15개 선사에 과징금 800억 한·중 항로 담합 27개 선사에 시정명령…형평성 논란 중국 정부 항의서한 및 중국국적 선사 의식한 듯 공정위 '의혹' 일축…"한·중 담합효과 적어 과징금 미부과"
  •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일 및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일 및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일 항로에서 해운운임 담합을 한 15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한·중 항로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 부과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9일 한·일 항로에서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총 76차례 운임을 합의한 15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00억원을 부과하고 한·중 항로에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총 68차례 운임을 합의한 27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만 부과했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에서 기본운임을 담합하고 부대비용을 인상해 이를 위반한 선사에는 벌과금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똑같이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 선사들에 대한 제재 결과가 판이하게 차이가 나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적으로 친중-반일 노선을 걷던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한·일 항로-한·중 항로 운임담합에 대한 조사 과정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두 달 전 중국 정부가 한·중 항로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항의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낸 것을 감안해 공정위가 제재 수위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의 외국적선사 비율이다. 한·일 항로에는 한국 선사가 14개이지만, 외국적선사는 1개로 한국적 선사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한·중 항로에는 한국 선사가 16개, 외국적선사는 11개로 이들에 대한 제재가 가해졌을 때 중국 정부와의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의혹에 대해 공정위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한·중 항로는 양국 정부가 지난 1993년에 해운협정을 맺어 선박투입량과 운임 등을 오랜 기간 관리해온 시장으로 매년 해운회담을 개최 공급물량을 제한해왔다. 예를 들어 한국 선박이 16척이면 중국도 16척으로 공급량을 제한했기 때문에 운임담합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선사들은 지난달 31일 열린 전원회의 당시 힌·중 항로는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는데,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일 항로에서만큼 선사들이 이득을 보지 못했는데 굳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 사안이냐는 점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돼 과징금 부과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한·일 항로(수출)의 매출액은 같은 경우에는 4조4000억원 정도이지만, 한·중 항로는 1조5000억원 정도로 매출액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재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중 항로의 경우 공급량이 많은 상태니까 담합을 하더라도 다시 이탈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 담합 자체가 유지되는 수준이나 강도가 다른 항로에 비해서 굉장히 낮다"며 "결과적으로 따지면 경쟁제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선사들은 이번 담합에 위법성이 없다고 하지만,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서 처리해야 하는 전형적인 가격담합"이라며 "해운업계나 해수부는 담합을 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하는데, 공정위는 담합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해운법에 따라서 절차나 내용에 맞게끔 하면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