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교수 등 10여명 공정위원장 후보 거론 윤 대통령 "좋은 분 찾고 있는 중"…인선 밀려 해운업계·전속고발권·영장제 도입 등 이슈대응 못해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위원장 인선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가 어수선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회 원구성 지연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던 김창기 국세청장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하는 등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좋은 분을 찾고 있다"는 말로 애둘러 표현하며 아직 적당한 후보가 없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거론된 후보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포함해 10여명에 달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본인이 고사했거나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 직원들은 "공정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면 그 사람은 제외된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는 공정위 실무자들의 업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9일 한·중 항로와 한·일 항로에서 운임담합을 한 선사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한·동남아 항로에서 운임담합을 한 선사들에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가 해운업계와 보조를 맞춰가며 업계 입장을 대변한 것과 달리 공정위는 같은 정부부처로서 해수부 행동에 섭섭함을 느끼면서도 변변히 표현도 못하고 오히려 해수부와 해운업계 반발에 밀리는 모습마저 보였다. 

    이에더해 공정위가 한·일 항로에서 영업하는 선사들에게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한·중 항로에 대해선 시정명령만 부과한 것과 관련, 친중-반일 외교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조사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공정위는 해명조차 못했다.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던 공정위 직원들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이를 항변해 줄 수장이 없다보니 이같은 비난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원장인 조성욱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사의를 표명해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권 초기 재벌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던 김상조 전 위원장을 내세워 공정위에 힘을 실어줬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도입,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 법률안(온플법)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위의 조사권 남용 문제까지 거론하며 힘을 빼는 모습이다. 

    특히 공정위가 조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애플코리아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영장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공정위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영장제 도입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영장제 도입이 조사에 맥을 끊는 격이되지만 조직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장의 부재로 이마저도 대응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기업에 대한 규제는 최대한 풀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다보니 공정위의 존재 이유에 대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은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은 정권의 색깔을 따지지 않고 공정하게 사건을 조사하고 일을 처리하려하지만 위원장이 아직도 지명되지 않으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며 "공정위를 위해 목소리를 내줄 수장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