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월 연속 금리인상 전망금통위원들 인상 vs 속도조절6월 소비자물가 분수령
  •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치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단박에 0.75%p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내달 통화정책방향 회의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한 달.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한국의 물가 상승률,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당장 내달 5일로 예정된 6월 소비자물가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도 뒤따른다.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총 4차례 남아있다. 7, 8, 10, 11월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7, 8월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7월 금통위서 한은이 빅스텝 단행할 가능성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지난 10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창립기념사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를 높아가는 시점서 선제적으로 완화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서 박종석 부총재보 역시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0.25%p씩 (인상)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은 전방위서 이뤄지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이 8.6%를 보인 데 비해선 낮은 편이나 한은의 물가 목표치가 2%인 점을 감안하면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총재 역시 "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또 중앙은행이 인플레 파이터로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힌 5월 통화정책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금통위 내부서는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다만 속도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4일 한은이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전원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사실상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우리경제가 감내할 범위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중장기 시계서 거시경제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다만 속도조절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되 향후 경기 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총량 지표, 과거 성장 추세에 비해 크게 뒤처진 부문의 회복 여부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고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 부담도 막대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18조4000억원 증가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는 데다 경기둔화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또 금리인상이 가계소비에 충격으로 닥칠 땐 올해 2%대 후반의 성장률도 담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2.7%로 전망치를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조정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까지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꽤나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한은 역시 빅스텝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