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지역보다 개발 늦어 주민 불만공공재개발 찬반 의견 여전히 엇갈려10대 건설사 5곳 참여…경쟁 과열
  • ▲ 흑석2구역 전경ⓒ박정환 기자
    ▲ 흑석2구역 전경ⓒ박정환 기자
    '공공재개발 1호'인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10대 건설사중 5곳이 수주전에 뛰어들며 과열 경쟁으로 인한 불법 홍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간 찬반도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이에더해 개별 홍보활동이 적발된 건설사의 입찰자격 박탈 여부를 두고 주민투표가 이뤄지는 등 갈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99-3번지 일원 4만5229㎡에 지하 7층~지상 49층, 총 1216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됐으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을 맡았다.

    지난 14일 직접 찾은 흑석2구역은 정비되지 않은 좁은 골목길과 도로 옆으로 저층 빌라, 상가들이 빽빽하게 밀집한 전형적인 옛 주택가의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구역 남쪽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흑석시장, 동쪽으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흑리단길’이 연결된다.

    흑석2구역의 최대 장점은 입지다.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의 초역세권으로 지하철역 3번 또는 4번 출구로 나와 구역 중심부까지 걸어가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구역의 또다른 특징은 주변지역의 개발이 대부분 완료돼 마치 아파트 숲에 갇힌 섬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구역 바로 옆 서쪽으로는 흑석7구역을 재개발해 2019년 준공한 '아크로리버하임'이 자리 잡고 있다. 흑석역 4번 출구로 나와 조금 직진한 뒤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구역 중심으로 내려가면 길 오른편으로는 '아크로리버하임', 왼편으로는 흑석2구역이 보인다. 

    흑석뉴타운 11개 구역중 현재 완공돼 입주한 곳은 4구역(흑석한강푸르지오), 5구역(흑석한강센트레빌1차), 6구역(흑석한강센트레빌2차), 7구역(아크로리버하임), 8구역(롯데캐슬에듀포레) 등이다. 

    이중 아크로리버하임은 흑석동 일대 집값을 주도하는 대장주다. 2020년 9월 전용 84㎡가 비강남권 처음으로 20억원을 돌파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흑석2구역 동쪽엔 흑석5구역을 재개발한 한강센트레빌1차(655세대)가 위치해 있다. 또 구역 남쪽으로는 중앙대학교와 중앙대병원, 흑석8구역을 재개발한 롯데캐슬에듀포레(545세대)가 자리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흑리단길이 위치한 흑석1구역을 제외하면 흑석2구역 주변은 대부분 개발이 완료됐다. 이처럼 지역 재개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이날 만난 한 흑석2구역 주민은 "2구역은 부지 자체는 넓지 않지만 한강변과 가깝고 상권도 잘 갖춰진데다 9호선 흑석역까지 들어와 11구역과 함께 가장 사업성이 좋은 곳으로 꼽혔다"며 "하지만 뉴타운 지정 초기부터 상가 소유주들의 반대가 커 사업 진행을 위한 조합 설립조차 막혔고, 이런 저런 갈등이 심화돼 지역발전이 늦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동의율 75%를 충족시켜야 한다. 흑석2구역의 경우 주민동의율을 충족시키지 못해 주민대표회의가 조합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은 공공재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훨씬 늦어진 만큼 민간사업보다 사업진행이 빠르고 안정적인 정부 주도 사업으로 아파트 준공 및 입주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공재개발은 S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용적률을 법정상한의 120%까지 올려준다. 특히 사업 속도가 민간 사업보다 월등히 빠른게 장점으로 통합심의를 적용해 10년 걸리는 사업을 절반 수준인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주민도 있었다. 구역내 또 다른 주민은 "민간 건설사가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공공 주도인 만큼 사업 수익성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이 오히려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4월 열린 흑석2구역 1차 입찰에선 10년 만에 재개발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이 단독입찰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이달 3일 진행된 두번째 현장설명회엔 삼성물산은 물론 DL이앤씨,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5개 건설사가 참석하며 격전을 예고했다. 입찰마감은 오는 9월 5일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별 홍보 논란이 불거졌고 일부업체들은 사업 주체측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중 모건설사의 경우 누적경고 2회를 받아 입찰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흑석2구역의 경우 3회 이상 경고가 누적되면 입찰 자격이 박탈된다. 

    건설사측은 입찰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입찰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불공정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리하게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입찰 과정의 문제점이 개선되고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돼야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