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어 이달 1천억원 규모 소각 예정역대급 실적에도 고점 대비 주가 급락낮아진 밸류에이션에 주가 상승 기대
  •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메리츠증권이 올 들어 두 번째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올해 초 급등했던 주가는 최근 약세장에 주춤한 가운데 타사 대비 선방한 실적에 더해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1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2008만 주의 자사주 소각을 위한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가액은 1000원, 소각 예정금액은 997억6450만원, 소각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월(1000억원), 6월(1000억원), 11월(1400억원) 세 차례에 걸쳐 총 3400억원 규모로 소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자사주 소각은 지난 3월 약 1299억원 규모의 자사주 2194만주를 소각한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최근 주가는 부진하다.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정책에 따라 올 초 5180원이던 주가는 지난 4월까지 주가가 30% 넘게 급등했지만 최근 하락장에선 상승분을 고스란히 토해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메리츠증권의 주가는 4935원으로, 4월14일 고점(6980원) 대비 29.3%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3% 하락한 것과 비교할 때 낙폭이 급격하다.

    주가가 급락한 건 공매도 영향이다.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고평가 우려에 더해 그룹사인 메리츠화재의 코스피200 편입 이후 공매도 증가 가능성이 부각되며 지난달 전체 공매도 순위 상위권을 유지했다.

    증권업계가 암울한 1분기 실적을 받아들었지만 메리츠증권만 유독 너무 좋았다는 점은 오히려 공매도 타깃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큰 폭의 채권 평가손실을 낸 증권사가 속출했음에도 메리츠증권은 포지션 관리에 성공하면서 최고 실적을 거뒀다. 올해 최초 영업이익 1조원클럽 입성이 눈앞에 둔 상황이다.

    그러나 실적 선방에도 1분기 일회성 수익이 많았다는 점에선 현재 실적의 수준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메리츠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5500원에서 6500원으로 상향하면서도, 투자 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여전히 채무보증 확대 여력은 제한적이고, 대출금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지속가능한 이익 체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투자자들은 최근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소식이 주가 상승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가치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매입 자체보단 자사주 소각이 중요하다.

    여타 증권사 평균 0.4~0.5배인데 반해 1.09배까지 올랐던 메리츠증권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이달 들어 다시 0.57배 수준으로 내려왔다.

    메리츠증권은 상장지수증권(ETN), 차액결제거래(CFD) 시장 진입에 이어 중개형ISA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수익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디지털비즈팀 신설 등 디지털을 활용한 리테일 사업 강화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을 위해 체결한 신탁계약이 만료돼 2008만주가 귀속됨에 따라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