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단위 관리 개편안 공개노사 합의 기반 관리 권장 방안 검토노조 없는 게임사 대부분… "근로자 대표 선정 절차부터 명확해야"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의 주52시간제 개편 검토에 게임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1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노조가 부족한 게임업계는 노동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경직된 주52시간제를 해결하기 위해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시간을 한 달 단위로 유연하게 사용하는 총량 관리제도를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1주 근로시간은 40시간이며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최대 52시간이다. 연장근로는 12시간 이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연장근로를 한 달 단위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1주 평균 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을 경우 특정 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에는 1개월로 제한된 정산 기간을 3개월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는 신상품·신기술 연구 분야만 3개월이지만 이를 모든 업종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1개월을 기준으로 2주 동안 일을 많이 했을 경우 남은 2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법정근로시간 기준을 맞췄다면, 변경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개월을 기준으로 한 달 반을 길게, 한 달 반은 짧게 근로시간을 가져가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이를 게임사에 적용할 경우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신작을 준비하는 기간에 근로시간을 늘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출시 이후 서비스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을 때 근로시간을 줄이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과거 게임업계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작용했던 ‘크런치 모드’가 부활해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측은 연속된 근로 사이에 휴게 시간을 강제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사 간 마찰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의 양극화도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52시간제 개편을 두고 노사 합의를 강조했는데 게임업계의 경우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엑스엘게임즈 정도를 제외하면 노조가 없는 게임사가 대다수다.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게임업계 노동자들은 정부가 노사 합의를 강조하기에 앞서 근로자 대표를 선정하는 절차부터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정부가 말하는 ‘노사 합의로 정한다’라는 부분은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게임사에서 근로자 대표와 합의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근로자 대표를 뽑는 절차를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근로자 대표라는 게 사측 인원인 인사팀장이 겸직하고 있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며 “이 상황에서 노사 합의를 강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