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위스키 소비 중심으로 떠올라편의점 양주 매출 2030세대가 49.2% 차지가심비 찾아 남대문시장으로 몰려
  • ▲ 평일 점심시간인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있는 주류 판매점은 2030으로 대표되는 MZ(밀레니얼+Z세대)세대로 보이는 손님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재성 기자
    ▲ 평일 점심시간인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있는 주류 판매점은 2030으로 대표되는 MZ(밀레니얼+Z세대)세대로 보이는 손님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재성 기자
    “사장님 발렌(발렌타인) 없어요?”, “아까는 (위스키가) 25만원이라면서요 왜 26만에 찍어요?”

    평일 12시, 점심시간인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있는 주류 판매점은 2030으로 대표되는 MZ(밀레니얼+Z세대)세대들이 원하는 술을 찾아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주류 공급이 줄어들어 필요한 술을 직접 찾으러 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일부 손님은 상인들과 가격 흥정을 벌이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상인들은 최근 늘어나는 양주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좋은 상품을 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 시장 내에서 주류판매 상회를 운영하는 A(35)씨는 “요새 술이 잘 안들어와서 필요한 술을 못 구하고 그냥 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상회를 운영하는 B(40)씨는 “남대문에 인기 많은 상품 재고가 하나도 없다. 발렌타인 21년, 17년도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손님들이 흥정해도 술이 있어야 파는 데 아쉬운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남대문시장 주류 판매점 이용 연령층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B씨는 “예전에는 중장년층들이 많이 찾았는데 작년쯤인가부터 젊은 청년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홈파티나 홈술한다고 많이 와서 시음이나 시향도 해보고 구매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주류상가에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가격이다.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점포들끼리 마진을 적게 남기고 많이 파는 방식을 택해 경쟁하듯 가격을 낮추고 있어서다.

    젊은 고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위스키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기도 했다. 

    이날 위스키 구매를 위해 시장을 찾았다는 김모(23)씨는 “평소 주변 친구들과 위스키를 즐겨 찾아왔다”면서 “오늘은 칵테일도 맛보고 발품도 좀 팔려고 경기도 이천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이후로 폭음보다는 주류의 향과 맛을 즐기게 되면서 위스키를 찾는다.

    혼술을 즐겨 남대문시장을 종종 들른다는 정모(28)씨는 “코로나 여파로 모임이 줄면서 조용히 혼자 마실 술을 찾다 위스키에 빠졌다”며 “소주보다 맛과 향이 다채롭고 가격대도 다양해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라 집에서 종종 사서 마신다”고 말했다.
  • ▲ 위스키를 소비하는 청년들이 2년 새 급증했다는 의미면서 MZ세대가 위스키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는 위스키가 관련된 게시물이 62만개에 달한다. ⓒ김재성 기자
    ▲ 위스키를 소비하는 청년들이 2년 새 급증했다는 의미면서 MZ세대가 위스키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는 위스키가 관련된 게시물이 62만개에 달한다. ⓒ김재성 기자
    고급술의 대명사로 불리던 위스키의 인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9770만달러(약 1279억)로 전년 동기 59% 증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때문에 집에서 혼술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술에 관심이 생겨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양주 매출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CU에 따르면 최근 3년 양주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2020년 59.5%, 2021년 99%, 2022년 상반기 48.9%로 꾸준히 상승했다. 편의점 양주 매출은 MZ세대가 견인했다. CU의 22년 상반기 양주 매출 중 20, 30대의 비중은 49.2%로 나왔다.

    위스키를 소비하는 청년들이 2년 새 급증했다는 반증으로, MZ세대가 위스키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는 위스키가 관련된 게시물이 62만개에 달한다. 

    전문가는 위스키를 소비하는 연령대가 낮아진 요인은 소확행의 연장이라고 분석한다. 청년층은 정보 습득이 빨라 고급술을 저렴하게 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주 힘든 상황인 만큼 고급술을 소비하는 게 고급 음식을 먹고 호텔에서 바캉스를 하는 문화 풍습의 연장”이라면서 “정보습득이 빠른 젊은층들은 남대문시장 같은 저렴한 장소를 찾아 술을 구매하면서 가성비와 가심비까지 챙기는 즐거움도 같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남대문시장 주류상가가 고급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오면서 시장의 크기가 점차 커지게 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가 중장년 이미지와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남대문 시장이 MZ세대 사이에서 유명해지면서 위스키에 대한 거리감이 좁혀진 것 같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위스키 소비 연령층의 확대와 함께 위스키 시장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