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그린북 7월호 발간…"대외여건 악화" 진단6월 물가 6.0%, 고점 요원…수출회복세마저 제약미·EU 등 경기침체 경고…대외의존도 큰 韓에 악재
  • ▲ 경기 하향.ⓒ연합뉴스
    ▲ 경기 하향.ⓒ연합뉴스
    정부가 두달 연속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고물가가 이어지는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산에 수출 회복세마저 약화할 것으로 전망돼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20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대외여건 악화 지속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앞으로 수출회복세 제약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6월 동향에선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처음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었다. 두달 연속으로 비슷한 진단을 내린 셈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전보다 6.0%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도 1년 전보다 4.4% 올랐다. 2009년 3월(4.5%)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p) 떨어졌다.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4개월 만에 기준선(100) 밑으로 내려가는 등 소비심리도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 ▲ 수출용 컨테이너들.ⓒ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들.ⓒ연합뉴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동력인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16개월 만이다. 반면 고환율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입은 같은 기간 19.4% 증가했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 역대 최대 규모다.

    설상가상 전망도 밝지 않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취재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만남에서 세계 경기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견해를 들었다. 이달 발표될 IMF 성장 전망치도 지난 4월보다 더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경제 둔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 1년 이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글러벌 투자은행(IB)의 추정 확률은 지난달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에서 각 50%까지 높아졌다.

    유럽 쪽도 마찬가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3분기부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유로지역의 올해 성장률은 1.3%, 내년에는 마이너스(-) 1.7%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17일 내놓은 '미국·유로지역 경기침체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천연가스발 경기침체는 거대 내수시장인 유럽연합(EU)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미쳐 우리 수출 파급 효과에도 (영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경제 후퇴가 우리나라 경제에는 악재다. 중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년 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년 2분기(-6.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중국 경제의 V자형 회복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주요 도시에 봉쇄령을 내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화하는 데다 부동산 부진 등으로 정부 수입마저 줄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2020년처럼 V자형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중국 25.3%, 미국 14.9%, 러시아를 포함한 EU 13.8% 등이다.
  • ▲ 선별진료소.ⓒ연합뉴스
    ▲ 선별진료소.ⓒ연합뉴스
    국내에서 다시 급속히 확산하는 코로나19도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만6402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틀 연속 7만명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민생·물가안정을 위한 전방위적인 대응 강화와 함께 경기 대응·위기 관리에 온 힘을 쏟겠다"며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위한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