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및 재무구조 안정화에 올해 ‘매각 적기’ 지목지분 51%로 안정적 경영권 확보에 6조~7조원 필요SCFI 9주 연속 하락·주가 부진…매각가 낮출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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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민영화 추진을 앞두고 매각가격 책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MM은 최근 2년 해운업의 이례적인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 기록을 기록했다. 다만 주가가 저평가 돼있고, 해운운임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어 가치평가에 난항이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562.7을 기록하며 9주 연속 하락했다. 2021년 초 2800 수준이던 SCFI는 같은 해 7월 4000선, 12월 말 5000선을 돌파 이후에도 4000대에서 강세를 유지해오다 지난 6월 4222 기록 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해운업계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HMM은 지난해 매출 13조7941억원, 영업이익 7조3775억원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코로나19·상하이 봉쇄에 따른 물류대란에 운임이 급증한 효과다. 올 상반기에도 운임 강세가 이어지며 매출 9조9527억원, 영업이익 6조857억원으로 실적 신기록을 썼다.

    해당 기간 HMM 재무구조도 급격하게 개선됐다. 2020년 455.1%로 위험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72.6%로 급감한 데 이어 올 6월 말 45.7%까지 더 떨어졌다.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도 2020년 1조1461억원에서 2021년 6조4615억원, 올 6월 현재 12조2764억원으로 급증했다.

    HMM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함에 따라 현재가 민영화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의 적기로 꼽히고 있다. HMM은 과거 현대그룹 산하에서 경영위기를 겪었고, 2016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가며 최대주주가 현대그룹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HMM 지분은 산업은행이 20.69%, 해양수산부 산하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9.95%로 공공지분율은 40.65%에 해당한다. 여기에 이들이 보유한 HMM 영구전환사채(CB)는 5억3600만주 규모로,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지분율은 71.68%에 달한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 전환하기보다 상환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보유 지분만도 상당해 통매각보다 단계적 매각을 선택한 만큼 지분을 더 늘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에서다. CB의 주식 전환 시 유통 주식수가 확대돼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희석된다는 문제도 부담 요인이다.

    HMM의 지난 12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11조9326억원을 기록했다. 시총 기준 공공지분 40.65%는 4조8505억원의 가치를 갖게 된다. 여기에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 상단인 30%를 가산하면 6조3056억원 규모에 거래가 가능해진다.

    현재 HMM 인수 후보로는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수 후보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지분은 51%로, 최근 종가기준으로 이를 매입한다면 6조856억원 규모의 현금이 요구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가정하면 총 7조9113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HMM 시총은 지난해 5월과 8월 한때 17조원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해 5조원 이상 축소된 상태다.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조원 이상인 점에 비춰 시총이 이보다 더 작은 것으로, 해운업황의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HMM의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1.17배에 그친다.

    인수후보자로선 저평가된 주가와 함께 해운업의 피크아웃 움직임을 근거로 HMM 가격 낮추기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에는 시총이 18조원에 육박하며 불어난 몸값이 HMM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대두했지만, 현재는 주가와 해운운임 모두 하향 조정되며 매각이 오히려 수월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막대한 현금 보유액을 통해 주가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11조원이 넘는 현금”이라며 “2023년부터 컨테이너 시황이 꺾이더라도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구체화된다면 주가가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