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권 상급종합병원 모두 외면… 결국 아동병원서 입원 결정이종호 원장 “전달체계 역행 대비 병상 비워둬 대처 가능” 코로나 외 소아 응급체계도 엉켜… 이송 체계 재정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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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소아 응급환자는 갈 곳이 없는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방역당국도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오히려 의료전달체계의 역행이 발생해 신속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서울에 살고 있는 2개월 영아가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아기의 부모는 서울부터 시작해 경기권까지 모든 응급실을 수소문했지만 전부 거절했다. 

    결국 돌고 돌아 충청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실을 방문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이곳에서 코로나19 확진이 되자 입원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근 아동병원으로 전원돼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해당 사례에서 의료전달체계의 최종 지점은 아동병원이다. 3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되는 상급종합병원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의료전달체계의 역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미 소아 응급체계가 붕괴된 상황임을 드러내는 지표다.

    서울부터 시작해 밤새 응급실을 찾아 헤맨 2개월 영아를 받아준 곳은 충남 아산시 소재 꿈크는아이병원으로 확인됐다.

    이날 이종호 꿈크는아이병원장은 “소아 응급의료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건은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몰라 경증 입원을 최대한 배제하고 병상을 비워두고 대기했던 것이 효율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2개월 영아는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고 있고 현 상황에선 우리 병원에서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지난 18일 방역당국은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를 44명으로 집계했으며 사망자 중 9세 이하가 65.9%로 매우 높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의료 대응 측면에서 개선책이 발동되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병원계는 기존 상급종합병원 등 응급실이 응급의학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라 소아청소년과를 담당한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문제는 당장 해결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이송 체계의 재정립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방역당국은 3차 의료기관에 코로나19 환자 병상 확보, 당직병원 운영 등 대책을 발표하며 만전을 기한다고 했지만 아동병원 진료 현장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선 마땅한 대책이 없어 손 놓고 봐야하는 구조”라며 “정부는 당장 코로나19 소아 중증 환자 전원 치료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 곳곳서 소아 응급의료 한계점 봉착 

    코로나19 확진이 아니어도 소아 응급의료는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현실이다. 

    본보 취재결과, 지난 21일 저녁 경기도 소재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진료를 대기 중인 17개월 환아는 폐렴으로 인해 산소포화도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아이의 증상에 심각성을 느낀 부모는 신속한 대처를 요구했지만 5시간 넘게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병원을 나왔다. 

    환아의 부모는 수소문 끝에 입원이 가능하다는 병원을 찾았고 경기 화성시 소재 센트럴아동병원으로 이송했고, 아이는 현재 해당 병원에 입원 중으로 건강상태는 호전됐다.

    김근모 센트럴아동병원장은 “해당 환아는 코로나 감염도 아니었고 응급실서 신속한 대처만 해줬어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상태였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밤새 시간을 허비하면서 상황이 나빠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적 의료전달체계는 아동병원에서 환아가 중증으로 이환될 때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하는 것인데, 지금은 정반대로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 원장은 “밀리고 밀려 아동병원이 중증 환아를 보는 구조가 됐는데, 당장은 버텨도 다음 전달체계로 이송하는 체계가 없어 심각한 고민”이라며 “지금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으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체계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