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 20.9조… 51.8% 증가상위사들 2배 이상 급증대부분 브릿지론… 리스크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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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캐피탈사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빠르게 늘리며 실적을 올려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28개 캐피탈사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20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8% 증가했다.
특히 현대·KB·하나·신한·우리금융캐피탈 등 자산규모 상위 5개 캐피탈사의 부동산PF 대출은 모두 5조6506억원으로 1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이중 업계 1위 현대캐피탈의 경우 2020년 4072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 PF규모가 2021년 8067억원으로 두 배 불어났고 올해 3월엔 1조632억원이 됐다.
신한캐피탈도 지난 1분기 말 기준 1조6283억원으로 2020년 말 8372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KB캐피탈 부동산PF는 1조3651억원으로 2021년 5641억원에서 8000억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캐피탈사들이 이처럼 리스크 위험이 큰 부동산PF를 늘려온 것은 그동안 주 수익원인 자동차 할부금융에서 카드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영향이다. 카드사들이 자동차 금융 시장 진출에 뛰어들자 소비자들이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카드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전환을 시작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금리인상 여파로 매수심리 위축, 거래절벽, 매물적체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하락거래가 늘고 있는데다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크게 위축됐다.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PF 대출은 분양이 잘 되면 큰 수익을 얻지만 반대로 개발이 중단되거나 분양실적이 저조할 경우 수익이 나지 않아 부실 위험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캐피탈사들이 '브릿지론'을 늘려왔다는 점이다. 브릿지론은 토지 수익권에 대한 담보를 기반으로 발생하지만 본 PF 전환을 전제로 대출이 실행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미분양에 따른 위험이 상존한다.
부동산 시장 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연체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0%였던 연체율은 지난 3월 현대캐피탈(1.69%), 하나캐피탈(0.78%), KB캐피탈(0.73%)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시 저축은행들도 부동산PF를 크게 늘려왔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타격을 받으면서 대형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올 하반기 분양경기 침체와 시공비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증대되면서 캐피탈사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 개발사업의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해 리스크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