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잭슨홀 연설서 "큰 폭의 금리 인상 적절"… 한미 금리 격차 확대 불가피한은, 6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이창용 "한미 금리 격차 커지지 않도록 계속 모니터링"금리 격차로 자금유출-환율-물가 압박 가중…가계 이자 급등-소비 위축-경기 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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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다음 달 사실상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예고했다.따라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0.5%p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웃돌면 외국인 투자 자금유출은 물론 원화 약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경기를 고려해 고강도 금리 인상을 거를 여유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2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연설을 통해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또 한 번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아울러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라며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임이자 경제의 기반 역할을 한다.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초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을 고려하면 다음 달 회의에서도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25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하지만 예상대로 9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하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보다 0.75%p나 높아지게 된다.더구나 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이어져 11월과 12월 각각 최소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만 밟더라도 한국의 기준금리 동결을 가정하면 격차가 연말께 1.75%p에 이를 수도 있다.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이처럼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더구나 원화 가치가 낮아질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물론 단순히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졌다고 자동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역전 상태에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자금유출과 원화 약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금통위도 향후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이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13년 만에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9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더 크게 역전될 텐데 그것이 환율 상승 압력이 되고 자본유출을 더 촉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한·미 금리 격차와 자본유출, 환율 움직임이 기계적으로 관계된 것은 아니고 다른 요인들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격차 만으로 우려가 현실화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이 총재 역시 "다만 역사적으로 격차가 1%p 정도로 커진 적이 있는데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부정적 영향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아울러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의 긴축 속도 등 외부 변화에 우리나라 통화 정책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인정했다.따라서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과 이후 연말까지 최소 두 차례 빅스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은 금통위도 올해 두 번 남은 10월,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설립 이래 사상 유례없는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이다.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 충격을 고려해 금리 인상 폭이 회의마다 0.25%p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이 총재는 25일 "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가 아직 유효하다"며 "당분간 0.25%p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밝혔다.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7월과 같은 빅 스텝이 재연되지는 않더라도 연말까지 6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잇따라 오르면 어느 정도 경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미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둔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그나마 한은과 정부가 기대를 거는 것은 예상보다 강한 소비 회복세다.25일 수정 경제 전망 발표 당시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민간소비의 경우 2분기 거리두기 해제 이후 상당히 좋은 상황인데 '펜트업 소비(보복·지연 소비)'뿐 아니라 소득 여건이 많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7%에서 2.6%로 낮추면서도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3.7%에서 4.0%로 높여 잡았다.그러나 기준금리 줄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자 부담에 소비마저 위축될 위험이 있다.작년 8월 이후 기준금리가 2.00%p나 뛰면서 이미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약 27조5000억원, 대출자 1인당 약 130만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여기에 10월, 11월 기준금리가 또 0.25%p씩 인상되면 6조8000억원, 1인당 32만원 이상 이자가 더 불어나게 된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소비만 기대 이상이었을 뿐 수출이 많이 둔화했고 이후로도 계속 여러 나라의 경기 침체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한은도 금리를 계속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역시 "소비, 투자, 수출 중 하나라도 가시적으로 살아났다는 증거가 지금 없다"며 "수출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늘지 않을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효과가 소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