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 전년比 73% '뚝'중개업소, 폐업 수 늘고 '용돈 벌이' 투잡도인테리어-이사 업체도 수요 줄어 폐업 고민에 한숨
  • ▲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220830 ⓒ연합뉴스
    ▲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220830 ⓒ연합뉴스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수준으로 쪼그라든 가운데 부동산 중개, 인테리어, 이사 등 관련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거래량 급감에 공인중개사들은 사실상 거래 중개가 ‘제로’ 상태고, 인테리어 업체나 이사 업체는 폐업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 전망이 비관적인 만큼 연관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에서는 개업한 공인중개소보다 폐업이나 휴업에 들어간 공인중개소 수가 더 많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6~7월 공인중개소 개·폐업 숫자를 집계한 결과 서울에서는 555곳이 개업했으나 559곳이 폐업했고, 28곳이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 전체 동수가 500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동마다 1개꼴로 폐업한 셈이다.

    주택 경기가 냉랭한 지역일수록 이런 경향은 가속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6월과 7월 84곳이 개업했지만 107곳이 폐업했고, 10곳이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매매·전세 거래 수가 급감하면서 수입을 유지하지 못하는 중개업소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아파트 거래 건수는 실거래 데이터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누적 거래량은 9025건으로, 연간 최저 거래량을 기록한 2012년 같은 기간 2만4664건에 비해 63.4%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614건과 비교하면 73% 이상 감소한 수치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자 이사 수요도 급감한 상태다.

    서울 노원구 A공인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매매계약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 4월부터는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전세 거래도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사람들이 다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재계약만 하고 있어 공인중개사를 찾는 일이 더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B공인 대표는 "간간이 손님이 오지만 매매가에 대한 시각차가 커 계약을 않고 금방 되돌아간다"며 "팔려는 사람은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짙어지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공인중개사들이 늘어났다. 신도시가 조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중개사들이 건물 운영·관리도 담당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주택가를 중심으로 건물 운영을 도맡아 하는 중개업자들이 많다.

    서울 마포구 C공인 대표는 "이런 운영·관리는 과거에도 일부 공인중개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더불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도시에서는 업소 한 곳이 10곳 안팎을 관리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군에서 6년간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했던 D씨는 올해 초 법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원 광교신도시로 사무실에 옮겼다. 법무사 업무를 겸하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새로 개소하기 위해서다.

    D씨는 "법무사 업무를 해도 용돈 벌이 수준이지만 일반 중개만 해서는 이마저도 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광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변인은 "기존 중개업만으론 어렵겠다는 인식에 불황이 겹쳐 협회에도 '부업'을 알아보는 문의가 올 들어 늘고 있다"며 "매수대리인, 인테리어 알선 등 다양한 업무 확장 관련 강의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가속화된 원자잿값 인상에 더해 수주절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E씨는 "평년보다 60%, 올해 초보다 40% 정도 인테리어 수주가 줄었다"며 "지난해 말보다 자잿값은 2배 가까이 뛰었는데 수요는 바닥 수준이라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인테리어 업체 사장 F씨는 "매출이 크게 줄어 부동산 중개업소에 영업을 다니다가 그것도 안 돼 남는 시간에 투잡을 뛰고 있다"며 "앞으로 멀리 봐도 거래가 크게 늘 것 같지 않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이사 업계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한 관계자는 "이삿짐 운송 수요는 부동산 거래 건수를 곧이곧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이사 경기가 전국적으로 실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이사 업체 허가증 양도 건수는 2020년 48건, 지난해 63건이었는데 올해의 경우 7월까지만 벌써 39건에 달했다.

    이 관계자는 "정식으로 허가된 이삿짐센터 수치가 이 정도인데 허가를 받지 않은 이사 업체가 폐업한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8월 전국 부동산(주택+토지) 소비자심리지수는 89.4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4.2p 하락한 것으로, 국토연구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1년 7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 부동산 소비자심리지수는 국토연구원이 전국 152개 기초자치단체 지역 거주민 6680명과 중개업소 2338곳을 대상으로 매월 조사해 발표한다. 100을 넘으면 전월보다 '가격 상승·거래 증가'라고 답한 사람이 많고, 100을 밑돌면 '가격 하락·거래 감소'라고 답한 사람이 더 많음을 나타낸다.

    수도권 부동산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전달보다 4.4p 하락한 88.0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만 놓고 봐도 88.3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