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쟁당국 심사 없어 속도감 있게 추진 가능성도통매각 추진으로 경쟁력 약화 우려 불식대우조선 노조 “노조도 매각 진행 참여해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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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일방적 밀실 매각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최종 인수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6일 대우조선해양 분리매각 반대를 위해 서울로 상경 집회에 나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갑작스레 발표된 매각 소식에 대해 “당사자(노동조합)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 특혜 매각”이라며 “매각 진행 내용을 당사자인 노조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지회 측은 “산업은행은 지난 20년 동안 수 차례 대우조선해양 매각 시도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주요 당사자인 노조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매각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산업은행이 노조 요구에도 일방적인 매각을 진행할 경우 노조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리력을 동원해 전면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에 이어 또다시 노조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당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과 금융 위기 등으로 인한 자금 조달 문제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반발과는 별개로 이번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는 앞서 불발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시도보다 좀 더 속도감이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조선소를 영위하고 있지 않는 점에서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추진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경우 동종산업 간 기업결합으로, 여러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아야 했다. 3년을 끌어온 끝에 유럽연합(EU)의 심사 불승인으로 최종 불발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별다른 입장문을 내지 않았지만 분리매각이 아닌 통매각으로 인수가 추진된다는 점에선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기존 유력 매각 방안으로 고려됐던 상선과 방산 부분 분리 매각이 아닌 통매각으로 추진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효율성 문제와 기술 유출 우려로부터 한시름 덜게 됐다는 것. 

    대우조선해양은 특수선(군함·잠수함)과 상선 부문으로 나뉜다.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이 불발된 이후 일각에서는 방산에 속하는 특수선 부문은 국내 기업이 인수하고 상선 부문은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이 한때 거론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매출 가운데 특수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10∼15% 수준으로 크지 않아 분리매각은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상선 분야가 해외에 매각되면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기술이 유출될 수 있어 한국 조선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이날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거래 후 한화그룹은 지분율 49.3%로 최대 주주에 올라서고 산업은행은 28.2% 지분을 든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과의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