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건 사망사고… 산재 근절 위해 안간힘"모든 작업자, 안전하게 일하고 귀가 해야"안전 전문회사 설립 및 안전혁신 자문위 출범현장 안전강화·노사 안정·신사업·고용 확대까지
  • ▲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이 제57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이 제57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잇단 산업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안젼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현장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글로벌 협력 무대에서도 산업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메시지 확산에 나섰다. 산업재해 예방은 물론, ESG 경영과 국제적 신뢰 확보 차원에서도 ‘안전’이 그룹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안전관리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100%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새로 설립했다.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은 사업장 안전 보건 관리 자문서비스 및 컨설팅업을 영위하게 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신설 회사의 총발행 주식 92만6000주에 대해 전액 현금 출자한다. 지분가액은 46억3000만원이다.

    포스코그룹이 산재사고에 대한 엄중한 책임 인식과 함께 약속한 안전 경영계획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인화 회장은 포스코이앤씨와 포스코 현장 등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7월 회장 직속의 안전 관련 TF(태스크포스)팀 출범과 안전관리 전문 회사를 신설 등을 담은 ‘안전관리 혁신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장 회장은 “그룹 사업장에서 모든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직원이 재해예방의 주체이자 서로의 보호자가 되는 안전 관리체제로의 혁신에 힘써달라”라고 당부하며 특히 “‘안전 전문회사’, ‘산재가족돌봄재단’ 설립 등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회장은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설립에 앞서 이달 초 세계적인 안전 전문 컨설팅사인 SGS와 안전관리 체계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고, 같은 날 듀폰사의 안전 노하우를 활용해 설립한 안전 컨설팅 전문기업 dss+와도 만나 포스코의 안전솔루션 전반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안전관리 회사 신설을 준비해 왔다.

    SGS는 건설 및 플랜트 진단에 특화된 글로벌 최대 규모의 안전 컨설팅 전문 회사로, 전 세계에 2600여개 지사를 두고 있다. SGS는 이달 내 포스코이앤씨 안전 진단에 착수한다. 또 안전 전문 지식 및 기술을 교류하고 포스코그룹의 안전 전문 회사 운영에서도 상호 협력키로 했다.

    산안전분야에서의 모범사례를 구축하려는 그룹 차원의 노력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8일 회장 직속 독립조직인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자문위는 안전, 미래전략, 커뮤니케이션 세 분과로 구성됐으며, 한림대 박준식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안전사회 실현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 ▲ 포스코센터 전경. ⓒ포스코그룹
    ▲ 포스코센터 전경. ⓒ포스코그룹
    장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이하 한-호 경협위) 제46차 합동회의에 한국 측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 ‘한-호주의 산업·혁신·지속가능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산업안전과 재난 대응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기도 했다.

    특히 이날 포스코그룹은 산업안전 및 재난대응 관련 신규 사회공헌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대형 산불 극복 경험이 있는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자연재해 발생 시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재난 상황 모의훈련, 대피시설 개선, 소방장비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장 회장의 안전 경영 광폭 행보와 함께 포스코그룹이 신뢰도 제고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올해 포스코그룹에서는 포스코이앤씨 4건, 광양제철소 1건 등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질타했다.

    최근 대통령실의 국민임명식에 10대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장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올해 연이어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안전사고 대응 등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불참 의사를 사전에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시절 각종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올 들어 잇따라 발생한 산업재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전 문제로 대내외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포스코그룹은 최근 57년 무분규 임단협 타결, HMM 인수 검토, 대규모 채용 확대 등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현장 안전 강화와 함께 노사 안정, 신사업 투자, 고용 확대를 병행해 ‘신뢰 회복’과 ‘미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 노사는 이달 13일 ‘2025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올해 임단협은 최근 수년간 반복된 교섭결렬 선언, 파업 찬반투표 등 투쟁과 갈등 위주의 패턴을 깨고 평화 교섭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올해 임단협 교섭이 원만히 타결되면서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57년 무분규의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포스코그룹은 아울러 국내 1위 해운사 HMM 인수를 전격 추진하면서 재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룹 핵심 사업인 철강, 이차전지 실적 부진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장 회장이 해운업 진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현재 주요 회계법인과 로펌,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HMM 사업성을 검토 중으로, 구체적인 인수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신규 채용 확대’ 요구에 화답해 채용 규모도 대폭 키운다. 포스코그룹은 청년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앞으로 5년간 1만5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채용 인원을 당초 계획이던 2600명보다 400명 늘려 3000명으로 확정했다. 그간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을 중심으로 진행해온 공채도 참여 회사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면서 “공정한 채용과 미래 인재 양성을 통해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