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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냐, 경기냐… 한은 '금리 시그널' 헷갈려

환율 1500원, 코스피 2000선 위협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 사라져전제조건 변화에 빅스텝 급선회국고채 매입 등도 역행 지적

입력 2022-09-30 10:29 | 수정 2022-09-30 10:49
물가냐, 경기냐.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에 혼선이 일고 있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이미 빅스텝에 기울어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강력한 긴축에 따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데다 '킹 달러'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보고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도 내달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곧바로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연쇄 빅스텝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다.

불과 한달전만 해도 수차례 점진적 금리인상을 강조했던 중앙은행 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온데간데 없는 모습이다.

◆ 베이비스텝 → 빅스텝 급선회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빅스텝 채비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부터 이뤄졌다.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서 이 총재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가 4%대로 안정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한 달만에 많이 바뀌어 상당폭 높아졌다"면서 "전제조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흐름,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서 0.25%p씩 금리를 올리는 시그널을 수정한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흘 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서는 한미 금리 격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통해 빅스텝에 더 무게를 뒀다. 이 총재는 "9월 FOMC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의 점도표가 확 올랐다"면서 "미국 금리를 반드시 일 대 일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큰 금리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은 연말 정책금리 중간값으로 4.4%, 최종금리를 4.6%까지 올릴 것으로 예고했다. 

만약 한은이 예고한 대로 연말까지 두 차례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0%, 미국은 4.6%까지 오를 수 있는 셈이다. 

한은과 정부는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줄곧 강조해왔으나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6%p까지 달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양국간 금리 역전 폭이 벌어질수록 환율과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10월 뿐만 아니라 11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른 연말 최종 금리 수준이 3.5% 수준이 돼 미국과 1%p 수준의 격차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1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도 연속 빅스텝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 총재는 기재위에 출석해 빅스텝 가능성을 묻자 "물가가 5%인 상황이라 물가를 잡지 않으면 실질소득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고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도 있다"고 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 경기 지뢰밭… 환율 상승에 악재 겹겹이 

문제는 경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BSI는 78에 머물렀다. 전월보다 3p 하락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기준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하회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동안 우리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철근 등의 가격이 하락하며 업황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국내 기업이 조달한 원금과 이자 부담에 따른 기업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기둔화 징후는 성장률 하향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2022년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p 내려잡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6%로 내다봤으나 내년은 2.3%로 올해보다 어둡게 봤다. 올해보다 내년 경기가 크게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BNP파리바는 "한은이 10월과 11월 금통위에서 연달아 50bp(1bp=0.01%p) 인상해 올해 말까지 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어 2023년 1월 25bp로 인상 속도를 늦춘 뒤 남은 기간 3.75%의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유경 기자 orange@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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