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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냐 성장이냐… 금통위 '스텝' 고심

기준금리 1년새 2.0%p 급발진"긴 침체 고려해야"… 일각 속도조절론긴축 기조 여전히 강세… "더 적극적 대응해야"

입력 2022-09-15 10:45 | 수정 2022-09-15 10:52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뉴데일리DB

한국은행이 1년새 기준금리 2.0%p 인상하는 등 긴축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일각에서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강화됐다.

14일 한은이 공개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복수의 위원들은 향후 정책결정 과정에서 성장 둔화에 대한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시했다. A위원은 우리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내년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집행부 전망에 "향후 1~2년 동안 둔화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B의원은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경기와 물가의 트레이드 오프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경로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만큼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OPEC+ 석유 감산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물가상승 재료가 소멸되지 않는다면 금리인상 카드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상 최초로 0.7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경제는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모든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역성장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ECB는 유로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1%, 내년 0.9%로 하향 수정했다.

한은도 최근 이슈노트를 통해 "미국과 유럽이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안정에 집중하는 가운데 경기부진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연준의 정책대응이 과도하거나 미흡할 경우 리스크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유럽 경제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무역경로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유럽발 공급충격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경우 국내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확대된다고 한은은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전날 포시즌즈 호텔에서 가진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몇개월 내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물가 둔화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며 "내년말까지 3% 밑으로 내려오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미국의 높은 금리는 한국에 (원화) 절하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더 적극적인 금리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미국 잭슨홀 미팅 이후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며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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