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4% 전제조건 한달새 달라져"FOMC 쇼크… 환율 1410원, 국고채 4% 돌파"美 연말 4.5%라면 韓도 3.5% 정도 따라가야"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 전망과 관련, "선언이 아니라 기본 조건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가이던스"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강도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한국은행도 금리인상폭을 높일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경제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개월간 말씀드린 0.25%p 인상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는 연준의 연말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며 "전제조건이 한달 새 바뀌면서 4%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런 조건 변화가 국내 물가, 성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금리 인상폭과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지점은 전날 미 연준이 기준금리 0.75%p 인상한 이후 내놓은 점도표다. 연준 위원들이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올해 말 금리 중간값은 4.4%, 내년에는 4.6%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보다 각각 1%p, 0.8%p 상향조정됐다. 연준이 목표 금리를 대폭 올린 만큼 한은도 따라가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연준의 파격적인 금리인상 의지를 밝히면서 이날 우리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코스피는 1% 안팎 하락하며 2320선을 힘겹게 방어하고 있고, 환율은 개장 직후 13년만에 1400원대를 넘어섰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를 넘어섰고, 10년물 금리는 3%대로 주저앉았다. 경기침체 전조현상으로 해석되는 장단기금리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회의에서 사상 최초로 빅스텝을 밟았지만, 8월에는 0.25%p 인상에 그쳤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금리인상 조건이 달라졌다면 빅스텝은 확정이라는 얘기"라며 "올해 남은 2차례 회의 모두 빅스텝을 못할 것도 없다"고 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도 "연준의 연말 기준금리가 4.5%라면 한은도 3.5%정도는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가 국채 금리 급등과 관련 한은의 단순매입 가능성에 대해 "단순매입 원칙도 있고 금통위원 얘기도 있지만, 이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한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기대를 꺾는 부분으로 해석됐다. 금리인상 고통을 발권력으로 덜어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