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몸값에 새주인 찾기 안갯속 접어들어정부, HMM 매각 시기로 2025년 언급강석훈 산은 회장 HMM 매각 대해 ‘실기(失期)’ 발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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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KDB산업은행이 HMM 매각 시기를 두고 신중론과 빠른 매각으로 입장차가 있어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해운운임의 급락으로 내년 HMM 실적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 매각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 산업은행이 보유한 가장 큰 매물로 HMM이 꼽힌다. 올해 6월 기준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을 각각 20.69%, 19.19%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고려하면 두 기관이 사실상 보유한 지분은 70%까지 상승한다. 

    HMM은 지난해 유례없는 해운호황으로 몸값이 최대 10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2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조원을 넘어서면서 재무 상태는 크게 개선됐지만 너무 커진 몸값 탓에 오히려 새 주인 찾기가 녹록치 않게 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부와 산은은 HMM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민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HMM 매각 시점을 저울질하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반면 산은은 신속한 민영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업계에서 제기된 HMM 조기매각설을 부인하며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HMM을 대우조선해양처럼 지금 바로 팔 일은 없다”면서 “(HMM이) 충분히 정상화되는 시점은 2025년 전후가 될 것”이라고 매각시점에 대해 언급했다. 

    금융위원회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혁신 계획’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HMM은 지분 매각 대상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출자 목적이었던 유동성 지원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고 매각할 때 정부(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산은은 해운 업황이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전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HMM 매각은 조금 실기(失期)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주가가 좋았을 때 지분을 매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강 회장은 보유 기업을 가급적 빨리 매각해 기업이 정상화하는 것이 매각 가격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강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기업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바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와 산은이 장고하는 사이 HMM의 내년 실적 전망은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1922.95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약 2년 만에 2000선 밑으로 내려오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1월7일(5109.60)보다 약 62% 하락했다. 

    주가도 반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HMM 주가는 이날 한때 1만755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말(2만6900원) 대비 34.7% 떨어진 상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잠재적 인수자가 마땅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치를 높여서 많이 남겨 팔 것인지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매각할 것인지 대주주인 정부와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고민이 길어지면 간만 보다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내년부터 다운사이클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산은은 고민을 더 길게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