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조+α 공급한은, 비통방 금통위 채비이창용 "통화정책 운영 바뀌지 않아" 진화베이비 스텝 소수의견 부상 주목
  • ▲ 이창용 한은총재가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강민석 사진기자
    ▲ 이창용 한은총재가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강민석 사진기자
    정부가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긴축기조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고금리를 경제주체들이 버티지 못한다는 시그널이 터져나오면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금리인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통위를 열고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받는 담보물로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만 인정해 준다.

    한은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금융권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은행채를 인정해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3월 말 이를 종료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적격담보증권 확대정책이 가져올 효과는 금주 금통위에서 논의해 자세히 말하겠다"고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은행채 담보 인정이 시행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의 채권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혼란을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 재활성화와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도 추가대책으로 거론된다.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는 SPV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유동성 공급조치로 'AA-' 이상 회사채를 담보로 한은이 대출해주는 여신제도다.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은 그만큼 자본시장이 급격히 경색됐기 때문이지만, 그동안 이어온 긴축기조와 상충되는 지점이 작지 않다. 한은은 7월과 10월 사상 처음 두차례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까지 단행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방안은 미시적 조치라서 거시적인 통화정책 운영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장의 눈은 한은의 11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쏠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은에 쏟아내는 자금공급 요청에도 2연속 빅스텝을 밟을 수 있을지가 초점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빅스텝 이후 "5%대 이상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그 원인이 수요든 공급이든 경기를 희생하든 관계없이 물가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업어음 중심으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은행중심 자금순환은 큰 문제가 없다"며 긴축기조 시그널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동성 조치 직후 이어지는 세번째 빅스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두번째 빅스텝 당시에도 금통위 7명 중 2명이 0.25%p 인상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 간 의견이 갈려서 많은 토론을 했는데 전반적인 의견은 워낙 불확실성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가장 큰 것이 11월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따라서 전세계가 동요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리인상을 주도 중인 미국에서도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지금은 금리인상폭의 단계적 축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며 "영원히 0.75%p 인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4.75%에서 4.5%로 끌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