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FCP, KT&G 지분 1% 후반으로 추정칼 아이칸 경영권 분쟁 따라갈 가능성은 희박소액주주 의결권 모아도 표대결 쉽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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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KT&G에 행동주의펀드가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의 분리상장 등을 포함한 5대 주주제안을 공개하고 나섰지만 극단적 표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할 전망이다.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확보한 KT&G의 지분이 아직 미미하고 국민연금, 중소기업은행 등 주요 주주가 우군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FCP가 주주제안을 통해 KT&G의 주주친화적인 정책 전환을 목표로 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CP는 26일 자사 사이트와 유튜브에 KT&G에 대한 5대 주주제안을 공개하고 일반 주주들에게 관련 편지를 공개했다. 

    FCP가 공개한 주주제안은 ▲궐련형 전자담배(HNB) ‘릴’의 글로벌 전략수립 요청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이 담겼다.

    FCP는 ‘주주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현 주가는 본질가치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저희의 제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만 있다면, 주가는 향후 1년 내 두 배, 5년 내 다섯 배까지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FCP는 이번 주주제안이 받아드려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모으는 형태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KT&G 이사회에 대한 주주제안을 일반 주주에게 공유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의결권을 모아 표대결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KT&G는 공기업이 민영화된 사례로 절대 다수의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지난 2006년에도 행동주의펀드 칼 아이칸으로부터 적대적 M&A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만, FCP가 당시 칼 아이칸의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FCP가 보유한 KT&G의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1% 후반대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칼 아이칸이 우군과 함께 KT&G의 지분 6.59%까지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에 있어 차이가 적지 않다. 심지어 당시 KT&G의 시가총액은 8조원 안팎이었던 반면 현재 KT&G의 시가총액은 12조원이 넘는다. 수조원의 현금을 보유했던 칼 아이칸과 달리 2019년 설립된 펀드인 FCP가 이에 상응하는 자금력을 보유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주주총회 표대결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FCP가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얻는다고 해도 경영권을 넘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과 중소기업은행이 KT&G의 지분 7.55%와 6.93%를 보유한 1, 3대 주주라는 점도 FCP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이 때문에 FCP의 주주제안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KT&G의 주주친화 정책을 통한 주가부양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칼 아이칸은 KT&G 경영권 분쟁 1년만에 지분을 모두 팔고 막대한 차익을 본 바 있다.

    이와 관련 KT&G 측은 “회사는 항상 주주들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의견 제시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주주 의견에 대해서도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