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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先자율규제 외치지만…온플법 제정 압박에 '진땀'

공정위원장, 취임 첫 행보…배달플랫폼 자율규제 면담野 온플법 제정 요구…국감서 "법은 최후수단" 방어카카오 먹통사태 분위기 급변…"법제화 검토" 선회

입력 2022-11-15 12:49 | 수정 2022-11-15 13:54

▲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한기정 공정위원장 ⓒ공정위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온라인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대응하기 어렵다라고 판단되면 법제화를 검토하겠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한 위원장이 지난 9월16일 취임 당시 온플법 제정에 부정적이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 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선 첫 현장 행보는 지난 9월22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 대표들과 서울의 한 치킨가맹점을 방문해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공정위는 자율규제의 틀을 통해 플랫폼사업자와 소상공인,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간 협의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거래관행 개선과 상생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7일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도 한 위원장은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정부에서 온플법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야당의원들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제정을 압박했지만 한 위원장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방어했다. 

온플법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입점업체의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하는 불공정행위를 해선 안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내야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온플법 제정 반대는 사실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었다. 윤 대통령은 플랫폼업계의 특성상 역동성을 위해 자율규제를 강조해왔고 공정위는 이에 맞춰 지난 8월 민간자율기구를 출범시키며 자율규제를 우선시했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15일을 기점으로 뒤바꼈다. 

성남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일반국민은 물론 입점업체, 카카오택시, 음식배달업 등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발생, 자율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야당에서는 온플법을 꾸준히 대표발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정부안을 제외한 9개 온플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최근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플법은 입점업체에 중개거래계약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불공정행위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공정위가 플랫폼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입점업체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 사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야당과 여론의 압박을 공정위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한 위원장 스스로도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경쟁압력이 부족한 상태에선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심사지침 제정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선(先)자율규제'라는 조건을 내세우는 까닭은 민간 자율기구가 고작 2~3차례에 걸친 회의를 한 것이 전부인지라,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율규제를 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공정위 입장에선 면이 안 서는 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공정위 내부에선 온플법 법제화 논의는 이제 시간문제일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자율규제 등이 플랫폼 업체의 일탈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다, 한 위원장의 발언이 과거와는 달라진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라는 전언이다. 

공정위의 한 직원은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진 모습"이라며 "온플법 제정의 필요성을 전국민이 인지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희정 기자 hjle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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