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임대료에 관리비까지…전세대출 이자보다 부담커뮤니티시설 등 유지관리 소홀…좁은 면적에 삶의질↓'님비'시설 낙인…지역주민 반발에 조성사업 지지부진
  • ▲ 서울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현장.ⓒ 박정환 기자
    ▲ 서울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현장.ⓒ 박정환 기자
    서울시가 공급하는 역세권청년주택이 좁은 면적과 비싼 임대료, 지역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대상자인 청년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인근 주민들은 지역 과밀화와 집값 하락을 이유로 불만이 끊이질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리인상이 지속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보다는 교통이 편한 곳에 살면서 목돈까지 모을 수 있는 역세권청년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역세권이라는 입지를 감안해도 면적이 너무 좁고 청년주택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임대료와 관리비가 다소 비싼 편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세권청년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안정 및 주거난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주거시설이다. 

    크게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주택으로 구분된다. 공공임대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로 매우 저렴하다. 

    민간임대는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으로 나뉘는데 각각 주변 시세의 95%와 85% 수준에서 임대료가 정해진다.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이면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공공임대의 경우 본인과 부모 합산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두 유형 모두 청약통장 유무는 상관없으며 당첨 시 최대 8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전체 역세권청년주택 중 80%가량이 민간임대로 공급되고 있다. 문제는 비싼 보증금·임대료·관리비 등으로 인한 갈등이 대부분 민간임대 유형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주택 중 상당수의 임대 보증금이 5000만원을 넘고 관리비도 10만~20만원에 달해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 자료를 보면 28개 역세권 청년주택의 면적은 평균 26㎡(7.9평), 보증금과 월세는 평균 5420만원과 55만원, 관리비는 평균 10만4000원이었다.

    예컨대 송파구 잠실동 역세권청년주택의 월임대료는 77만원으로 주변 평균 시세인 96만원보다 저렴했지만 보증금은 8300만원으로 주변 월세 평균인 1000만원보다 훨씬 비쌌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주택에 거주 중인 한모 씨(31)는 "보증금을 많이 넣을수록 임대료가 저렴해지는 구조라 주거비 부담이 마냥 적다고만은 보기 어렵다"며 "10평 안팎의 청년주택에 살면서 보증금 8000만원에 30만원대 후반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여기에 10만원이 넘는 관리비에 이사비까지 따져보면 오히려 전에 살던 전셋집이 넓고 주거비 부담도 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하지만 실제 시공과 유지관리는 민간업체가 맡고 있어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봉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국민의힘)이 제시한 통계자료 결과 호텔을 리모델링한 A 역세권 청년주택은 소유권 분쟁으로 2년째 공공임대 31세대가 입주를 하지 못했다. B 역세권 청년주택은 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보험 미가입 상태에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해 퇴거를 원하는 거주자들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 역세권청년주택에 조성되는 각종 커뮤니티시설에 대한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집값 하락, 과밀화, 슬럼화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역세권청년주택 조성이 지지부진해지거나, 아예 엎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청년주택 건립공사가 진행중인 서울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주택까지 들어서면 속칭 '동네 물'이 흐려져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주민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역세권청년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구체적인 통계나 근거는 없다"며 "다만 청년주택이 아니라 브랜드 아파트나 공원,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라 무조건 지역주민들을 손가락질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이미 "청년주택이 주민들이 꺼리는 '님비' 시설로 낙인찍힌 만큼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을 희석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간담회 등을 통한 주민 설득, 인식 전환으로 청년주택 제도의 안착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