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가구 이상 단지 수억 낮춘 급급매 거래 속출잠실주공5단지 1년새 매매가격 9억6150만원 하락단지 클수록 급매 위주 거래…송파 집값 하락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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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강남권 '대단지 불패론'도 시들해지고 있다.지금까지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내 3000가구 이상 대단지들은 서울 부동산 대장주로서 시장 침체기에도 매매가격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최근 작년대비 수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거래가 속출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금리인상 여파로 거래가 끊기고 전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 가격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한국부동산원 통계결과 11월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주일간 0.46% 떨어졌다. 이는 시세 조사가 시작된 2012년 5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특히 부동산 대장주인 강남3구 중 서초구는 같은 기간 -0.13%에서 -0.30%, 송파구는 -0.58%에서 -0.60%, 강남구는 -0.34%에서 -0.36%로 낙폭이 커졌다.서울 아파트의 시가총액도 급락했다. 부동산R114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약 1330조원으로 집계됐다.이는 지난해 12월 말(1332조2000억원)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 6월의 134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12조8000억원 감소한 액수다.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똘똘한 한 채'나 재건축 노후단지,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등 가릴 것 없이 가격이 내려가면서 전체 시세가 크게 내려가고 있다"며 "금리인상 초기에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의 집값이 집중적으로 떨어졌다면 이제는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면서 고가단지가 몰린 강남권도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최근 강남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작년보다 수억 원 이상 하락한 급매 건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시장 침체기에도 가격이 유지됐던 대단지 아파트들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조회 결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전용 76㎡는 지난달 19억85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작년 11월 최고가인 28억7000만원보다 9억6150만원이 하락한 가격이다.또한 같은 잠실동 잠실엘스(5678가구) 전용 84㎡는 작년 11월 26억2500만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인 올해 11월에는 6억4500만원 떨어진 19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6864가구) 전용84㎡의 경우 지난달 17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다른 단지와 마찬가지로 1년새 가격이 6억2000만원이나 빠졌다.서울 송파구의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극심한 거래절벽이 지속되면서 중소형 단지들은 아예 거래가 끊겼지만 고가의 대단지 아파트들은 호가를 수억원 낮춘 급매나 급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이라며 "다만 급매의 경우에도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은 많지만 이를 사겠다는 매수 문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실제 거래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강남과 송파 주변 지역의 주택 공급량이 많은 것도 대단지 아파트값이 빠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송파구의 경우 위례신도시와 하남 감일지구에 적잖은 물량이 공급됐고, 인근 강동구에도 2~3년새 그라시움(4932가구), 아르테온(4066가구) 등 신축 대단지가 들어섰다.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송파구는 강남구나 서초구에 비해 실거주 비율이 낮고 주거 이동도 잦은 편이라 가격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며 "즉 대출을 낀 매매가 많아 고금리 등 외부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국적인 아파트 거래절벽 속에서 소위 급매가 아니면 매매되지 않는 하락거래 위주의 시장이 형성된 상황"이라며 "금리인상으로 인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높은 주택 금융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하락거래 위주의 시장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