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타이어업계 "감산해야 할 수도" 우려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출하 작업 방해시멘트·레미콘업계도 하루 수백억 피해尹,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
  • ▲ 화물연대 포항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 화물연대 포항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를 맞으면서 주요 산업 분야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과 타이어 업계는 출하 차질이 누적되면서 최악의 경우 공장가동 중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레미콘과 시멘트 업계도 하루 수백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 업체들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하하지 못하는 물량은 하루 10만톤 규모로 추산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만톤, 광양제철소 1만7000톤 등 총 2만7000톤의 물량이 육송으로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초 태풍 힌남노 여파로 수해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연말까지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수해복구를 위한 설비자재 반입 및 복구 과정상 발생하는 폐기물 반출 목적의 차량 입출고가 가능하도록 화물연대에서 협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8000톤 등 하루 5만톤, 동국제강은 2만톤으로 집계됐으며, 3개사를 합하면 9만7000톤 규모다.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의 경우 구체적인 피해규모가 산정되지 않았지만 이를 감안하면 하루에 10만톤이 넘는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이어 업계도 파업 영향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충남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에서 각각 5만본씩 총 1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6만~7만본의 타이어를 수출하는데 지난 24~26일에는 평상시보다 30~40%만 출고됐다. 

    이번주는 평상시 대비 40~50% 수준으로 증가했는데, 비조합원들의 운송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에서 로드 탁송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에서 로드 탁송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공장 등에서 하루에 총 9만본을 생산한다. 이 중 90%인 약 8만본 이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정문 앞을 막으며 운송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지난 28일 오전 광주공장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넥센타이어는 양산공장에서 5만본, 창녕공장에서 3만본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부산신항의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출되는데 화물연대 조합원에 의해 부산신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과 타이어 업계는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면서 공장 내부에 물량을 쌓아두고 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물량을 적치할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파업이 일주일 정도  계속된다면 감산에 돌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적재 공간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결국 선재 1~4공장 전체와 2냉연공장 가동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를 운송하는 카캐리어가 멈추면서 현대자동차, 기아는 신차를 직접 운전해 출고지로 이동시키는 ‘로드 탁송’을 진행 중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의 경우 아직까지 가시적인 피해는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동차 업계는 5400대의 생산차질과 257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최근 현대차 신형 그랜저, 아이오닉6를 비롯해 쌍용차 토레스, 르노코리아 XM3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되면서 지난 파업보다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도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이번 집단 운송거부로 전날까지 누적 64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하루 평균 1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지난 28일 시멘트 업계 전체 출하량은 2만2000톤으로 성수기 20만톤의 11% 수준에 그쳤다. 

    유진, 삼표, 아주 등 대형 레미콘 업체를 포함해 지방의 중소형 레미콘 업체들은 공장 가동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레미콘 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공급량 70만㎥를 기준으로 하루에 617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 시멘트를 운송하기 위한 특수 차량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멘트는 항만과 철도를 통해 1차 운송된 물량을 BCT 차량으로 운송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BCT 운송사업은 독점적 시장이어서 운송사업자가 전국 2700대로 묶여 있다. 대체할 BTC를 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 전반에 피해가 가중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전 국무회의를 개최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며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으로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다는 점에서 화물연대 여러분이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화물차 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1차 불응 땐 30일 이하 운행 정지가 내려지고, 2차 불응 땐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돼 화물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다.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