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구현되는 고도 몰입형 XR 경험손 제스처·공간 기반 UI로 사용성 확장정밀도·콘텐츠 등 한계에도 … 현실 확장 가능성 확인
-
- ▲ 삼성전자의 첫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이가영 기자
출시된 지 이제 한 달. 온라인을 중심으로 호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삼성전자의 첫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을 일주일간 직접 사용해봤다. 특히 “집에서 써도 몰입감이 다르다”, “영상이 아니라 공간이 바뀌는 느낌”이라는 후기들이 반복되며 체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증이 생겼다.어떤 지점이 사용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이끄는지 확인하기 편안한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기기를 착용하면서 체험을 시작했다. 헤드셋을 머리에 고정하는 순간까지도 큰 기대는 없었다. XR이라고 하면 늘 떠오르는 장면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거나 가상 공간을 잠깐 둘러보는 정도의 ‘특정 상황용 장비’, 혹은 무겁고 조작이 복잡한 기기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그래서 침대 위에서 XR이 얼마나 몰입감을 줄지는 반신반의한 마음이 컸다.기기를 처음 착용하면 사용자의 거리감과 시선 위치를 측정해 최적화된 시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튜토리얼’을 거친다. 기존에 갤럭시 S25 울트라를 쓰고 있는데, 자동으로 XR과 연결돼 구글 계정으로 이용하던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XR을 착용하고 있는만큼 유튜브,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도 XR 전용 콘텐츠들을 우선으로 보여준다.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우주를 360도로 보여주는 파노라마 영상이다. 화면이 켜지고 밝기가 차오르면서 첫 영상이 눈앞을 가득 채우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회색 천장은 조용히 사라지고, 대신 깊고 고요한 우주가 시야 전체를 채웠다. 별빛이 점처럼 떠 있는 360도 영상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며, 몸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데 시야만 광대한 공간 한가운데에 도착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 속 한 장면 같았다. 화면을 정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돌릴 때마다 우주가 그대로 이어져, 영상이 아니라 공간이 바뀐 체험처럼 다가왔다. XR에 대한 기존 인식이 첫 장면에서부터 뒤집히는 순간이었다.게임도 실행해봤다. 컨트롤러 없이 손을 들어 움직이면 커서가 따라오고,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모으면 선택이 되는 구조였다. 침대에 누운 채 팔을 크게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작은 동작만으로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했다. 단순한 회피형 게임에서는 손 제스처가 즉각적으로 반응해 화면을 넘기거나 구조물을 회피하는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누워서 가볍게 즐기는 수준이라면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다만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래도 컨트롤러 없이 침대에서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만큼은 XR 조작 방식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요소였다. -
- ▲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면 갤럭시 XR이 자동으로 연결돼 설정을 돕는다.ⓒ이가영 기자
-
- ▲ 갤럭시 XR에서 구글 제미나이와 구글 지도 앱을 활용해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찾아가 항공뷰로 보고 있는 모습.ⓒ뉴시스
구글맵으로 세계 여러 도시도 탐험해봤다. 도시를 선택하는 즉시 그 지역의 거리 풍경이 360도 영상으로 시야를 채웠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골목·도로·건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뉴욕을 선택하자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이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듯 들어왔고, 시선만 옮겨도 다른 거리 풍경으로 연결됐다. 교토에서는 좁은 골목길과 전통 간판들이 실제로 눈앞에 있는 듯했고, 파리를 선택하자 에펠탑 주변의 광장 풍경이 시야 전체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려도 도시가 바뀌는 경험은 기존 VR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자연스러움이었다.특히 지도 기반 정보가 함께 제공돼 특정 지역의 맛집 정보나 많이 방문하는 장소 등의 안내가 화면에 덧입혀졌고, 원하면 해당 장소 내부 360도 화면으로 넘겨볼 수도 있었다. 단순히 ‘영상 재생형 XR’이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를 탐색하는 플랫폼으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콘텐츠를 여러 번 전환하면서 20~30분 이상 기기를 벗지 않았지만 착용감은 예상보다 훨씬 편했다. 스트랩은 단단하게 조이는 방식이 아니라 머리 둘레에 자연스럽게 감기며 고정됐다. 눕는게 아닌 앉거나 서더라도 헤드셋이 앞으로 쏠리지 않았고, 무게 중심이 앞이 아니라 뒤쪽에 배분돼 목이나 이마의 압박이 크게 누적되지 않았다. 내부 열이 얼굴로 많이 전달되지 않아 장시간 사용에서도 부담이 적었다. XR 기기의 가장 큰 약점이던 “오래 쓰기 어렵다”는 피로감이 확실히 줄어든 부분이었다. 전면부 반사 억제 코팅이 적용돼 지문이 잘 묻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조작 방식 역시 장비를 ‘조작한다’는 느낌보다 공간을 넘긴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손 제스처가 누운 자세에서도 무리 없이 인식돼 콘텐츠 전환이 끊기는 순간이 거의 없었다. XR이 이벤트형 기술에서 벗어나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을 직접 확인한 셈이었다.물론 단점도 있었다. 손 제스처만으로 모든 조작을 하다 보니 정밀도가 필요한 콘텐츠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작은 버튼을 정확히 눌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인식이 과하거나 덜 반응해 반복 조작이 발생했다. 단순 캐쥬얼 게임이 아닌 복잡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같은 게임은 시도가 어려웠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장시간 사용하다 보니 가벼운 XR 멀미도 있었다.그럼에도 침대 위에서 우주를 보고, 이어서 게임을 하고, 다시 세계 여러 도시를 넘나드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XR 기술의 방향성이 분명히 보였다. 갤럭시 XR은 현실을 대체한다기보다 현실 위에서 새로운 공간과 감각을 덧붙이며 일상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기로 다가왔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시야와 경험이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 이번 체험에서 가장 뚜렷하게 남은 인상이었다. -
- ▲ 삼성스토어 홍대에서 헤드셋 형태의 모바일 기기 '갤럭시 XR'을 체험하는 모습.ⓒ삼성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