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만료…조직 안정 차원 연임 무게올해 순이익 줄었지만 "신뢰 심어왔다" 평가공매도, 전산 마비 사태 등 일부 변수는 존재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투자증권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투자증권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급감한 실적을 거뒀지만, 내부로부터 얻고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정일문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정 대표는 5번째 연임을 도전하는 가운데 회사는 이번 주 중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또 이달 말까지 임원들과 계약 만료 예정자들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연이은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했다. 취임 당시 내걸었던 '3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실제 정 대표 취임 이후 회사의 순이익은 ▲2019년 6849억원 ▲2020년 7083억원 ▲2021년 1조4502억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정 대표는 회사를 기업금융(IB)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30여 년간 IB 부문에서 힘써온 IB 전문가로 정평이 난 만큼 해당 부문의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회사의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올해도 IB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 초 조직 개편에서 해외 I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글로벌사업본부를 설치했으며, IB2본부 산하에 ECM부와 인수영업3부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그룹 아래는 PF전략부를 각각 새로 뒀다. 

    다만 올해의 경우 상황이 달라졌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IB 수수료 수익 3443억원을 챙기면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이는 회사의 수익 비중 가운데 40%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1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44.2% 감소했다.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과 부동산 PF 사업이 부진하며 금융 자문 수수료는 1173억원에서 563억원으로 급감했다. 급격한 금리상승과 자금 조달시장 위축, 환율 급등으로 IB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실적도 줄었다. 회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53% 감소한 505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63.54% 줄어든 4392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는 성적표만 놓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더불어 최근 레고랜드 발 부동산 PF 사태가 시장에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다수 증권사가 한파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슈로 부각됐던 공매도 규정 위반과 전산 마비 사태 등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앞서 지난 2월 공매도 거래 규정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2017~2020년 3년간 삼성전자 등 938개사, 약 1억5000만주를 공매도하면서 호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내부 전산장애 문제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이 15시간 동안 막히며 투자자 피해를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올해 8월 한투증권을 대상으로 이뤄진 정기검사에서 해당 사안들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대표가 여전히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만큼 해당 사안이 연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그는 김남구 한투금융지주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투는 조직문화의 특성상 대표이사 자리를 쉽게 바꾸지 않는 분위기"라며 "실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김남구 회장의 성향을 고려할 때,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