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총괄 등 현장전문가 정두영 부사장, 대표이사 선임주택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원자재 쇼크 등 수익성 '뚝'미분양·미청구 부담가중-재무안정성도 '흔들'…돌파구 숙제
  • ▲ 정두영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 ⓒ신세계
    ▲ 정두영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 ⓒ신세계
    신세게건설이 현장 전문가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업황이 녹록지 않은데다 내부적으로도 실적 침체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건설 중심으로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재무안정성마저 흔들리고 있어 선결해야 할 과제가 문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그룹은 2023년 정기인사에서 정두영 부사장을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지난 6년간 대표를 맡았던 윤명규 사장의 경우 이마트위드미 대표를 역임한 유통업계 출신이었던 반면 정두영 신임 대표는 신세계건설에만 26년간 근무한 '건설통'이다.

    정 신임 대표는 1988년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1996년 신세계건설에 입사했다. 2011년부터 T 프로젝트와 영업, 공사담당을 두루 거쳤으며 2016년 공사 총괄자리에 올랐으며 2017년에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영업본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했다.

    신세계그룹이 전문성을 내세워 정 대표를 발탁한 만큼 그에게는 현장경험을 중심으로 재도약을 꾀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최근 신세계건설은 영업성적이 고꾸라지면서 반등의 계기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분기보고서(별도) 분석 결과 신세계건설의 올 들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1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358억원에 비해 61.8% 급감했다. 3분기말 기준으로 2018년 126억원 이후 4년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전년대비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말 3.97%에서 1.37%로, 2.60%p 줄어들었다. 2013년 -4.82%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2016년 이후 '고양 스타필드' 등 대규모 계열 공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그룹의 투자 속도 조절에 따른 외형 축소와 레저사업 부진,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부담으로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의 부진한 수익성이 지속했다.

    3분기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디에프 등 그룹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에는 레저사업 적자 폭 축소, 채산성 양호한 민간사업 및 자체사업(빌리브 하남) 현장의 매출 인식으로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올 들어 원자재 쇼크 등으로 주요 공사 현장의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3분기말 매출원가는 2020년 6334억원에서 2021년 8092억원, 2022년 9233억원으로 늘어났으며 판관비도 493억원, 572억원, 579억원 순으로 지속 증가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계열 물량이 점차 회복될 경우 수익성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으나, 제반 공사원가 부담으로 주요 현장의 원가율 추가 조정 가능성이 내재한 가운데 분양 경기 저하로 인한 영업자산의 비경상적 손실 가능성도 잠재하고 있어 단기간 내 큰 폭의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호조를 지속했던 분양 경기가 올 들어 주택가격 강세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가 급격히 위축하면서 대구 등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저하되기 시작했다.

    신세계건설은 2017년 신규 주택 브랜드 '빌리브'를 런칭하며 주택 위주의 민간수주 비중을 크게 확대한 만큼 분양 경기 침체 가속화에 따라 과거 대비 사업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룹, 공공물량을 제외한 민간 수주잔고 비중은 2017년 말 24.7%에서 2022년 3분기 말 74.6%로 상승했다.

    2021년 말부터 올해 분양한 대구, 부산 등 사업장에서 부진한 분양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예정사업장 중에도 최근 분양 경기가 현격히 저하된 경북 포항, 울산 등 지방 현장의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분양 험지로 꼽히는 대구 지역에 사업지가 많은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신세계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대구 사업지는 모두 8곳으로, 이 중 3곳이 미분양이다. 하반기 분양을 실시한 '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의 미분양이 심각하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 헤리티지' 146가구 분양에는 108건의 청약이 접수돼 미분양 38가구가 발생했다. 앞서 8월 진행한 북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 청약에서도 229가구 중 30건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대거 미분양이 났다.

    홍석준 실장은 "대부분 PF 약정 등으로 공사비를 일정 부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지만, 분양 경기 침체 상황에서 주요 사업장의 분양실적이 추가로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경우 공사비 회수 지연으로 인한 영업 및 재무적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주요 사업의 진행 상황, 공사비 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를 진행하고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대금은 지난해 3분기 300억원에서 올해 560억원으로 86.5% 급증했다. 2017년 3분기 620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부산 오시리아 리조트와 대구 달서구 본동 주상복합(빌리브 라디체), 화성JW물류센터 등에서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결과다.

    미청구공사액은 수주 이후 발생한 계약원가에 대해 발주자로부터 받을 예정인 계약자산으로, 통상 건설사가 추정한 공사 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진행률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주처와 이견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를 확정손실인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는 등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실로 전환되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리스크가 현실화했을 경우 이를 완충해 줄 유동성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말 유동비율은 65.0%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4%에 비해 악화했으며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1603억원에서 566억원으로 64.6% 줄어들었다.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이 심화한 만큼 재무융통성 및 유동성 대응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그룹 부회장의 신임을 얻어 대표이사에 올랐던 윤 사장이 빌리브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호실적을 기록하는 듯했으나, 업황 침체로 오래가지 않았다. 이에 현장을 잘 아는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며 "신임 대표 입장에서도 과제가 산적한 만큼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