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5년간 공공일자리 26.8만명 늘어… 2021년 인건비 71.1兆윤정부, 공공부문 다이어트 돌입… 2025년까지 정원 1.2만명 감축올해 취업자 증가폭 10만명, 작년 1/8 그쳐… 고용시장 위축 심화할 듯
  • 일자리 게시판.ⓒ연합뉴스
    ▲ 일자리 게시판.ⓒ연합뉴스
    올해 경기후퇴 속에 고용 한파가 매서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몸집이 비대해진 공공부문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면서 노동시장 위축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19일 2021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통계를 발표했다. 재작년 총취업자 수(직업군인 포함)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는 283만9000개로 집계됐다. 1년 전(276만6000개)과 비교해 7만3000개(2.6%) 늘었다. 근로자가 전년과 같은 지속 일자리가 250만8000개(88.3%), 이·퇴직으로 대체된 일자리가 23만4000개(8.2%), 신규 일자리는 9만7000개(3.4%)였다.

    전체 취업자 수 중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0.1%포인트(p) 올랐다. 지난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도에 2019년 대비 0.7%p 상승한 기저효과에 지방정부의 일자리 사업 증가 폭이 축소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취업자 10명 중 1명꼴로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제공받은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세금 일자리'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공약에서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이 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이를 3%p 올려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공공기관 정원은 33만4000명에서 44만9000명으로 11만5000명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송언석 국회의원이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 공무원연금공단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2017~2021년) 늘어난 공무원 포함 공공부문 인력은 26만7747명에 달한다. 문 정부 이전과 비교해 18.6% 증가했다. 2021년 기준 공공부문 인건비는 71조1000억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17조2000억 원(31.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500대 민간기업의 직원 수는 10만6350명(9.7%) 늘었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민간의 2.5배에 달한다.
  • 청년 노동자대회.ⓒ뉴시스
    ▲ 청년 노동자대회.ⓒ뉴시스
    그러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26일 확정한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에서 오는 2025년까지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1만2442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정원(44만9000명)의 2.8%에 해당한다. 정부가 공공부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2009년 MB(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기치로 1만9000명을 줄인지 14년 만이다.

    정부는 민간과 경쟁하거나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 수요가 줄거나 사업이 종료되는 업무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강제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분과 신규 채용을 덜 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견해다.

    공기업 중에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722명으로 감원 폭이 가장 많다. 조직·인력 효율화 등을 통해 총 1566명을 조정한 뒤 844명을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누적 적자가 3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은 496명을 줄인다. 남동발전(87명)·서부발전(77명)·중부발전(91명)·동서발전(80명)·남부발전(68명) 등 발전자회사도 400여명을 줄일 계획이다. 대한석탄공사(139명), 한국지역난방공사(80명), 한국석유공사(47명)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도 감원 태풍을 피하지 못했다. 석탄공사는 정원 대비 감축비율이 21.2%에 이른다. 직원 5명 1명꼴이다.

    준정부기관에선 국민건강보험공단(343명), 근로복지공단(200명), 국민연금공단(152명) 등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예고한 상태다.

    재정당국은 이번 공공부문 인력 다이어트를 통해 연간 최대 7600억원쯤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올해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예상되면서 공공부문 인력 감축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장의 구조조정은 없다지만,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최소화할 수밖에 없어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고용시장이 위축될 공산이 적잖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을 10만명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 폭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줄어드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혈세를 투입하는 단기 인턴으로 채울 경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했던 화살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비정규직 제로'를 통해 소속을 옮겼던 공공기관 종사자의 경우 정원 감축에 반발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료 수납 전문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도공서비스는 정원 971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톨게이트(요금소) 수납원이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들 중에는 법원 판결에 따른 도로공사 직접고용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맞물려 소속을 옮긴 경우가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