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들어서만 4억원 넘는 금액 조달 국고채 금리 하락‧‘1월 효과’ 등 노린 듯고금리 자금조달로 금융비용 증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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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공격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올해 5조원이 넘는 만기 회사채가 도래하는데다 신사업 투자 등 적잖은 지출이 계획되어 있어서다. 다만 고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 부담 또한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1월 한달간 회사채, 기업어음(CP),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4조원이 넘는다. 

    계열사별로 보면 그룹 자금난을 촉발한 롯데건설의 조달 금액이 약 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일에는 회사채 2500억원치를 완판했고, 6일에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을 출자했다. 16일에는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2000억원을 발행했다. 

    롯데케미칼도 유상증자와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진행 중인 유상증자를 통해 1조2155억원을 조달,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에 활용했다. 

    나머지는 납사 매입대금, 유동부채 상환 등 기타 운영자금으로 지출할 예정이다. 이달 26일에는 파키스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파키스탄도 1924억원에 처분한다. 

    롯데제과와 호텔롯데는 각각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실시했다. 특히 호텔롯데는 이달 5일과 6일에도 각각 500억원, 300억원의 장기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롯데렌탈은 195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있으며,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쇼핑도 각각 26일과 30일 1200억원, 1500억원을 목표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 회사들은 조달한 금액을 만기를 앞둔 채무 상환, 시설 투자, 운영자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전방위적 현금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특히 작년 말부터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해가 바뀌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채권을 담기 시작하는 ‘1월 효과’를 노리고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에도 3조512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다만 롯데제과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했다. 작년 말 그룹을 강타한 롯데건설발(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계열사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점도 고금리 산정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 롯데건설의 경우 2500억원의 회사채 금리가 연 5.73%로 결정됐다. 이는 A-등급(5.277%)와 BBB+등급(6.705%)사이의 금리로, A+등급인 롯데건설 입장에선 아쉬운 수준이다.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조달한 9000억원의 자금에도 연 12% 안팎의 이자가 매겨졌다. 

    다른 계열사들도 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 금리(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호텔롯데는 민평금리에 금리 15~20bp를, 롯데렌탈도 민평금리에 13~19bp의 금리를 가산했다. 

    문제는 롯데그룹이 올해도 적지않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어서 이자를 포함한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만기를 앞둔 채무상환은 물론 신사업 투자 계획 등을 이어가야하기 때문이다. 

    우선 롯데그룹은 캐피탈체를 포함 올해 1분기에만 1조22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호텔롯데가 3600억원, 롯데제과 1100억원, 롯데렌탈 1000억원, 롯데칠성음료 500억원 롯데건설 400억원 등이다. 올해 연간 갚아야 할 만기 도래 회사채는 약 5조7490억원에 달한다.

    또한 롯데그룹은 지난해 향후 5년간 37조원을 기존 사업과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단순 계산으로 치면 연간 7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는 투자 이행의 원년인데다 신동빈 회장 또한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을 통해 기존 사업의 체력 보강과 함께 신성장 동력 주문을 강조한만큼 투자는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올해 채무 상환과 운영자금 소요가 많아 당분간 활발하게 현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그룹 전반에 걸친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어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