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비용 절감·경영 효율성 제고"캐시카우 품어 재원 확보…기업가치 상승3형제 지분 100%… 승계 지렛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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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너지가 100% 자회사인 한화컨버전스를 흡수합병한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배당 등으로 부담이 늘어난 한화에너지가 한화컨버전스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지분 100%를 가진 가족회사로, 한화그룹 승계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완전 자회사인 한화컨버전스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컨버전스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신주 발행이 없는 무증자합병(합병비율 1:0)으로 이뤄지며, 합병기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합병 목적은 흡수합병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로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양사 흡수합병에 따라 에너지 산업의 통합운영을 통한 중복비용 절감 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통한 회사의 재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업황 변동에 대한 대응능력을 제고하고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사업 역량을 강화해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화에너지는 기존에도 한화컨버전스 지분을 모두 들고 있어 지배구조상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단행하는 배경에는 에너지사업 통합이라는 명분외에도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 제고라는 목적도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삼형제 승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계열사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25%),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5%)이 삼형제가 지분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지분율 22.65%)에 이은 ㈜한화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한화에너지→㈜한화→계열사’로 삼형제의 지배력이 이어지는 구조다. 

    재계에서는 과거부터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으로 한화그룹의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합병해 신규 지주사 설립해 지주사를 일원화하고 합병을 통해 삼형제가 ㈜한화의 지분 확보한다는 시나리오다.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삼형제에게 그대로 넘겨주기엔 상속·증여세 부담이 큰 만큼 한화에너지를 활용해 승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한화에너지와 ㈜한화 합병 시 시장이 납득할만한 합병비율을 제시해야 한다. 삼형제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최대한 ㈜한화의 지분을 많이 확보하는 방법은 뭘까. 바로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한화의 기업가치를 낮춰 유리한 합병비율을 찾아내는 것이다. 최근 ㈜한화는 산업기계 사업 부문인 한화 모멘텀을 분할하고 플랜트와 풍력사업을 계열사로 양도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한화에너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형제로의 배당과 투자 등으로 인해 차입이 늘고 재무상태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한화에너지는 친환경 신사업 확장을 위해 출범 이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작년에는 한화오션 인수와 추가 유상증자 등에도 참여했다. 여기에 삼형제 배당도 부담요소로 작용했다. 과거 에이치솔루션과 舊한화에너지로 구분돼 있을 2014년(세 형제의 한화그룹 입사가 완료된 해)부터 2020년까지 총 2000억원가량을 배당했고, 2021년 한화에너지로 합병한 후에도 500억원가량을 배당했다.

    그 결과 2020년 2조7092억원이었던 한화에너지의 총차입금은 작년 말 기준 4조868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5조6053억원이다. 순차입금도 2021년 말 에이치솔루션 합병 직후 2조765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4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64.3%(3조6036억원) 만기가 1년 이내 돌아오는 단기차입이다. 

    한화컨버전스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의 유틸리티(전력, 냉난방, 공조, 용·폐수 등) 제어시스템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어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50% 가량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발생한다. 신규라인 증설시에도 사전 공동설계 작업에 참여하는 등 입지가 탄탄하다. 

    한화컨버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94억원으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은 207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11%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가치를 높여 오너 3세의 승계작업을 수월하기 위해 한화에너지는 당분간 그룹 주요 투자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안정적 수익을 내는 한화컨버전스를 품어 투자 재원을 충당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