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규모 체코 신규 원전 사업, 7일 최종 계약 앞둬 카자흐스탄·필리핀·베트남 등 … 한수원·한전 도전장
  •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K-원전이 세계 원전시장 중심인 유럽에 깃발을 꽂으면서 16년 만에 2호 수출을 달성했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를 확정하면서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깜깜이 협약' 이후 한수원이 유럽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어 유럽 지역 원전 수출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한수원과 한전이 아시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을 두고도 신흥 중심의 수주전략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이 오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출 본계약을 체결한다. 프라하 남쪽 220km 두코바니 지역에 1200메가와트(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예상 사업비는 4000억코루나(26조2000억원)에 이른다. 

    계약이 체결되면 한국 기업의 원전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이다. 원전 강국들의 전유물이던 유럽시장 첫 진출이자 첫 내륙형 원전 건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2029년 공사에 들어가 2036년부터 상업 운전이 목표다. 

    두코바니 2기 본계약이 발효되면 테멜린 지역에 추가될 2기의 신규 원전도 한수원이 우선협상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체코 정부가 향후 2년 내 테멜린 원전 2기 추가 건설을 결정해 한국이 따내게 될 경우 체코 프로젝트 규모는 총 50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인다.

    지난해 7월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던 당시 유럽시장의 벽을 넘은 만큼 유럽 원전시장에서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비밀 유지 협약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타결을 기점으로 한수원이 네덜란드, 스웨덴, 슬로베니아 원전 수주전 참여를 포기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양사가 체코를 제외한 유럽시장은 웨스팅하우스가, 그 외 시장은 한수원으로 양분하는 식의 지역 안배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비밀협약에 한수원의 유럽시장 철수가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유럽시장에서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원전 건설에 필요한 설계·조달·시공(EPC)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을 만큼의 인력, 노하우 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는 현대건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불가리아, 핀란드, 슬로베니아 등에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약이 비공개로 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한국은 실리를 챙기면 된다"며 "유럽 원전 수주에서 한국이 주체가 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웨스팅하우스가 단독으로 원전 건설을 완수하기 어려워 한국 협력과 참여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 한수원과 한전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속속 출사표를 내며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수원은 카자흐스탄이 건설할 첫 원자력 건설 프로젝트의 예비사업자에 포함됐다. 한수원과 중국 핵공업그룹(CNNC), 러시아 로사톰,(Rosatom), 프랑스전력공사(EDF) 등이 맞붙게 됐다. 한수원은 올해 11월로 예정된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지난 3월 카자흐스탄 내 연구기관과 우라늄 자원화 협력에 나서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삼성물산과 해외 원전사업 개발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아시아 시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수원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원전사업 발굴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050년까지 원전 3기 건설 계획을 세운 필리핀도 공략하고 있다. 한수원은 필리핀 에너지부와 '필리핀 바탄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조사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타당성 조사를 거쳐 바탄원전 공사 재개로 결론나면 한수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다음 타깃으로 베트남을 삼고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베트남 정부가 원전 개발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한전은 지난달 한-베 산업공동위원회에 참석해 베트남 정부와 산업계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고 원전 사업 참여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공동위 이후 양국은 원전 협력 등을 포함한 3건의 양해각서를 체결, 청신호가 켜졌다. 또 한전을 중심으로 팀코리아를 꾸려 베트남 산업부와 원전 발주처를 대상으로 기술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가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을 수정해 발전원에 원자력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닌투언1·2 원전 프로젝트가 사실상 재개된데 따른 것이다. 앞서 한전은 2011년 베트남 중부지역 원전 2기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바 있어 해당 사업이 재개되면 수주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훈 교수는 "선진 시장인 유럽 등과는 달리 원전 여러 개를 한꺼번에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일 수 있는 등 한계는 있지만, 시장 자체만 놓고 본다면 계약하기 나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