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50%+1%주'로 SBI저축銀 인수 … "금융 시너지"OK금융, 상상인저축銀 인수 추진 … 가격협상 진행' 중당국, 업계 M&A 규제 완화 … 금융지주 인수 부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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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교보생명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에 매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업계의 M&A 시장이 본격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는 불리한 경영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M&A 성사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교보생명, 업계 1위 SBI저축은행 인수 … "디지털·금융 시너지 노린다"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현재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 자사주 14.77%를 제외한 8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업계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2023년과 지난해 각각 891억원, 8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교보생명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 지분 30%(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감안한 실제 의결권 지분 35.2%)를 취득할 예정이다. 내년 10월까지 50%+1주(의결권 기준 58.7%)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 금액은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이번 인수를 통해 교보생명은 보험과 저축은행을 결합한 시너지를 모색한다. 보험 계약자에게 저축은행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은행 고객에게는 보험상품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확대해 고객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고객 접점이 확대될 전망이다. 교보생명 앱(230만명)과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앱(140만명)을 합치면 약 370만명의 금융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양사는 금융서비스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계좌를 보험금 지급 계좌로 활용하고, 보험사 대출 심사에서 거절된 고객을 저축은행 대출로 연결해 가계여신 규모를 1조6000억원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SBI저축은행의 예금을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운용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저축은행 M&A, 기대보다 현실은 '숨 고르기'금융권에서는 향후 저축은행 지형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1위 SBI저축은행이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을 대주주로 들인 데 이어 2위 OK저축은행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OK금융그룹은 현재 상상인저축은행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업계의 M&A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악화한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금융당국이 수도권 저축은행 M&A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는 동일한 대주주가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 3개 이상을 보유하거나 합병하는 것이 제한됐으나 부실 저축은행이 늘어나자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 최대 4개까지 합병을 허용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저축은행까지 합병 허용 범위를 넓혀 규제를 완화했다.그러나 M&A 규제 완화가 실제 시장 거래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당국의 완화 조치는 부실 징후가 있는 저축은행에 한정되기 때문이다.업계 내부에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수익성 양극화가 M&A 성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등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78.9%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79개 저축은행의 순손실은 3974억원에 달했다.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를 촉진하기 위해 저축은행법상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지주 측은 현행 자본건전성 규제가 유지된다면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황이 좋지 않아 인수에 나설 매수자를 찾기 어렵고 인수 후에도 추가 자금 투입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이번 인수 사례가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M&A 확산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