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진료 체계 '친구클리닉' 운영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중환자실 가동 중인 튼튼어린이병원 서울대병원 명의 대거 영입한 강원대병원 '회복 불능' 소아과 상황이지만 희망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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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까지만 해도 소아청소년과는 안과나 피부과 수준으로 인기과였지만 지금은 저출산, 저수가 문제 등으로 몰락 직전이다. 의대증원의 핵심도 이 분야 의사인력을 늘리려는 취지가 담긴 것이었는데 오히려 정부와 갈등만 고조되다 실패했다.소아과 전문의를 따도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훨씬 더 많다. 지역 곳곳에 있던 소아과 의원들은 간판을 내렸다. 오픈런과 마감런이 일상이 됐고 정작 급한 상황일 땐 갈 곳이 없다. 총체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지만 사명감으로 희망을 그린다. 아이는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3일 다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실상 소아과는 '회복 불능' 상태로 진입했다. 기존에도 '돈 안 되는' 소아과에 지원하지 않아 기피과 오명이 있었지만 의정 갈등을 계기로 더 심각한 상황에 부닥쳤다.의정 갈등이 봉합돼 의대생을 수업을,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구조로 변화한다고 해도 소아과는 여전히 거부대상이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가도 낮은데 비급여 항목도 제한되니 타과와 몇 배가 차이나는 급여 수준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이러한 문제는 소아과 분야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졌다. 상급종합병원 내 소아응급실은 가동되지만, 상시 인력이 부족하고 당직을 서다 번 아웃으로 사직 행렬이 이어졌다. 결국 아이가 입원할 곳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
- ▲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 내 설치된 소아중환자실. ⓒ박근빈 기자
▲ 대학병원 아니지만 '24시간 진료·소아 중환자실' 구축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일선 소아청소년과병원들의 고군분투가 주목된다.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마이너스를 각오할 투자를 선택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우리아이들의료재단 산하 우리아이들병원(구로)과 성북 우리아이들병원은 지난달부터 24시간 진료 시스템인 '친구클리닉'을 운영 중이다.친구클리닉은 준비 과정에서 79클리닉이었다가 이름이 변경된 것이다. 오후 7시부터 오전 9까지 진료체계가 가동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숫자보다 친근한 명칭을 달아야 한다는 내부의견이 반영됐다. 맥락은 같다. 야간진료 공백을 막겠다는 목표다.정성관 재단 이사장은 "24시간 진료 체계 구축은 낮은 수가와 출산율 저하로 인한 환자 감소 등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도 소아의료 공백을 해소하려는 병원의 사명감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이어 "아무리 따져봐도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라 마이너스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모든 것은 소아의료 체계 정립을 위한 투자로 판단했다"며 "더는 미룰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언급했다.소아 야간진료 공백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과밀화로 이어져 응급상황에서도 갈 곳이 없어졌다. 특히 의료대란 장기화 국면에서 가장 취약한 아이들 진료에 있어 1~3차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친구클리닉은 야간에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응하는 역할이 설정됐다. 소아전문응급센터 과밀화 문제는 비응급 환자가 70%를 차지하기 때문인데, 이 구간의 환자를 먼저 받게 되면 의료진 부담이 줄어든다. 그래야만 생사를 오가는 초응급 상황의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튼튼어린이병원 역시 정부 지원 없이 약 20억원을 투자해 소아중환자실을 만들었다. 환자가 많아지면 적자가 예상되는 기형적 구조이지만 이를 감수하고 도전했다. 더는 미룰수 없기 때문이다.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소아응급 환자 및 준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소아 중환자실과 소아감염병 창궐로 인한 입원 병실 감염 원천 차단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는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치열한 대응"이라고 말했다.소아청소년병원에 입원한 환아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기 위해서는 수시간씩 전화기를 붙잡고 문의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원 불가' 메시지를 받는다.최 원장은 "가혹한 현실이 반복되고 환아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병원 3층 병동 내에 3개 병상의 소아중환자실을 마련하게 됐다"며 "소아중환자실에는 고유량 산소 치료기, 인공 호흡기 등 소아 응급 환자를 케어하기 위한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그는 "동료 의사들은 적자가 뻔하데라며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돈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이 더 중요하기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명의들, 소아공백 막으려 강원대병원行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지방대병원 소아과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원대병원도 인력난에 몸살을 앓았던 곳인데 올해 서울대병원 명의들이 대거 이동하며 공백을 채우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 해답을 찾은 셈이다.강원대병원 소아과에는 경력 30년 이상의 베테랑인 김병일, 김호성, 신희영, 황용승 교수가 근무하고 있다. 지역 내 소아진료에 대응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김병일 교수는 이른둥이 분야 전문가로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 대한신생아학회장을 역임했다. 신생아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퇴직 후 신생아중환자실의 어려움을 듣고 강원대 어린이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필수 의료를 지원하고 있다.김호성 교수는 소아심장 전문으로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소아심장전담의로 근무했고 두바이 왕립 세이크 칼리파 병원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심혈관도자술, 소아심장 초음파 경험이 많은 명의로 분류된다.신희영 교수는 소아혈액암 분야 전문가로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장, 통합케어센터소장 등을 역임했고 각종 학회 수장직을 맡았다. 특히 소아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전국 50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강원권 의료공백을 메꿀 핵심 인력으로 평가된다.황용승 교수는 소아신경질환 분야 대가로 서울대어린이병원장, 대한소아신경학회장, 대한간질학회장, 대통령실 소아청소년과 자문의, 아랍에미레이트 왕립병원 자문의로 활동했다. 황 교수는 주 1회 강원대병원 진료에 나선다.지난해부터 깊어진 의정 갈등으로 인력난으로 지방 소아진료 체계가 무너졌지만, 대거 명의를 영입한 강원대병원은 소아과 문제 해결을 위해 해법을 찾은 병원으로 거듭났다.강원대병원뿐만 아니라 퇴직한 소아과 명의들은 청진기를 놓지 못하고 개원가, 전문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진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언젠가 붕괴된 소아과가 다시 살아나기 전까지 노장의 투혼이 버텨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